거대 여당이라는 민자당이 내분으로 삐거덕 소리를 크게 내고있다. 김영삼 최고위원과 박철언 정무장관 사이의 신경전은 소련방문을 계기로 노골화되기 시작,최근에는 김최고위원이 당직자회의에도 나오지 않자 박장관이 10일 『합당비화를 공개하면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인신 공격을 퍼붓는 감정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산에 가있는 김최고위원이 11일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이런식으로 나가다가는 양자간의 감정 싸움이 언제까지 확전의 길을 달릴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우선 금주중으로 예정된 노태우대통령과 김 최고위원 간의 단독회담이 과연 성사될지가 의문이고 설사 이뤄진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노대통령이 김최고위원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박장관의 역할을 축소 시킬 수 있느냐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박장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합당전에도 민정당을 중심으로한 여권인사들이 상당수 축소를 건의했고 심지어는 퇴진론까지 제기된 일이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다. 전에는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노대통령이 손을 저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최고위원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또 박장관이 만만치 않게 대응하고 있어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자당의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합당 전당대회도 갖기전에 벌써부터 당권 싸움이 벌어진다면 민자당으로서는 작은 일이 아니다.
김최고위원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박장관의 견제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번 보선에서 나타난 것처럼 민자당이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있음이 드러나고 그속에서 김최고위원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이미지가 퇴색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범당시 요란하던 개혁의지도 온데간데 없고 창당인사 작업도 인물과는 상관없이 나눠먹기식이 되어 버렸고 창당전당대회도 하기전에 내분까지 겹쳐버렸으니 민자당의 인기가 올라갈 리가 없는 것이다.
3당이 한데 합칠 때에는 같은 색깔의 정당끼리 한집에 들어갔으니 오순도순 정국을 안정되게 끌고 갈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했었다.
그러나 소련 방문이 가져온 외교적 성과는 벌써 온데간데 없어지고 내분이 깊어지는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습에 국민들은 혀를 차고있다.
같은 배에 탄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싸움이 심해지면 배가 전복할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상대방을 해치고 죽이는 일은 곧 자신을 해치고 죽이는 일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충고하고 있다.
정당이나 정파에서 어느 정도의 싸움은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인정해서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시국이 어려울 때에는 서로가 포용력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싸울바에는 무엇 때문에 합쳤느냐」 「싸우려면 차라리 여야로 갈라서서 싸우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나오기 전에 하루속히 수습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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