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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악성 어디서 온 것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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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악성 어디서 온 것인가(사설)

입력
1990.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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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끔찍스럽게 무서운 아이들」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고교생 3명이 낀 10대 청소년 9명이 같은 10대 여자근로자 2명을 강둑으로 유인,집단으로 성폭행을 하려다 이를 피하려고 한 여근로자가 강물에 투신하자,남은 여근로자를 폭행한 후 살려두면 범행이 탄로난다면서 전깃줄로 손발을 묶어 강물속에 던져버린 부산의 범행보도를 보면서 우리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인면수심이라고나 할까.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이처럼 흉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경찰의 범죄통계에 나타난 10대 청소년들의 범죄실상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강도ㆍ절도ㆍ살인ㆍ강간ㆍ폭력 등 5대민생사범의 절반가량이 10대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강도사건은 56%,절도사건은 45%,강간사건은 24%가 10대 청소년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니 이 사회의 장래가 우려스럽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범행수법은 잔인스럽기가 전문범죄꾼들을 빰칠정도이고 예사로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다.

어쩌다가 우리들의 2세들이 이처럼 흉포해졌고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에 물들어 버렸을까.

물론 여기 등장한 청소년은 수많은 선량한 청소년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다. 또 범죄행위는 그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행위자에게 책임이 있고 따라서 이런 비행청소년에 관한 단속이나 관리는 적절히 강화해나가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생각코자 하는 것은 이들을 싸고 있는 환경,더 세분해 가정ㆍ학교ㆍ사회는 과연 이들의 범행과 어떤 상관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학생범죄를 대할 때마다 우리는 하기 좋은 말로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질책한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초ㆍ중ㆍ고교교육이 일반화한 사회에서 청소년범죄의 1차적 책임을 학교에만 돌리는 것은 무리라고 항변한다. 중학교진학률 98.7%,고교진학률 93.5%라면 「청소년=학생」인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숫적으로도 국교생 4백89만4천명,중학생 2백38만1천명,고교생 2백32만6천명 등 9백60만명이상이 학생이다. 전체인구의 4분의1에 가깝다. 중ㆍ고생(청소년)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는 학생들이 「선별집단」이었던 시절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현실성을 이해할 수도 있다.

청소년 아니 학생범죄의 폭증과 흉포화에 대한 원인으로는 개별지도가 거의 불가능한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비교육적인 일부TV프로,음란서적,비디오범람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유해환경등이 우선 꼽힌다. 가정교육부재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어느원인이든간에 그것을 제공하는 것은 「어른들」이라는 공통인자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학생범죄라고해서 대책과 대응은 각급학교와 치안당국에만 맡겨서는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과 사회전체가 「건강한 2세」를 기르는 일에 힘을 합치고,어른들이 모든 청소년을 내자식처럼 대하여 그들을 범죄의 구렁텅이로 유혹하는 유해환경을 없애는 일에 발벗고 나설 때 우리들의 2세는 분명히 보다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범죄예방은 이렇게 모두가 조금씩 분담할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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