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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내분 일단 진정단계… 당정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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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내분 일단 진정단계… 당정 이모저모

입력
1990.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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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 껐으나 “감정앙금” 잠복/“장기땐 당위태” 이해따른 「봉합」/YS “차제에 입지 확실히” 회의 계속 불참/민정계 자제속 “바깥서 터뜨리다니” 불만/「박정무문제」 해결이 수습 열쇠▷잠복되는 내분◁

김영삼 최고위원의 청와대당직자회의 불참으로 표출된 민자당의 내분은 일요일밤 김최고위원과 노재봉대통령비서실장과의 요담을 계기로 수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두사람의 요담에서 김최고위원의 심경이 「허심탄회」하게 개진되고 이에대한 노태우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됨으로써 당운영 및 당정관계의 문제를 보는 공감의 끈이 일단 마련된 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공동인식모색이 구체적 수습방안을 찾아내는 데까지 연결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여서 오는 12일께의 「노ㆍ김단독회담」에 당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내 민정계는 보선패배등의 책임을 함께해야 할 김최고위원이 돌연 『구태의연한 수구세력이 잔존하고 과거의 공작정치가 재현되고 있다』며 평지풍파를 일으킨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반면 김최고위원은 9일 당직자회의에도 불참,자신의 행동에 무게를 더욱 싣고 있으며 11일 부산서 가질 기자회견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하는등 차제에 당내입지를 분명히 해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작금의 내분수습국면은 당이 계속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일경우 당자체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해판단에 따라 서둘러 상처를 「봉합」한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할 것 같다. 「노ㆍ김회담」 결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진화된 불씨가 갈등의 폭을 더해가며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도 이 때문이다.

이와함께 이번 내분이 계보간 정립체제로 이뤄진 당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측면도 유의할 부분. 김최고위원의 문제제기로 갈등이 표출된 지 이틀만에 「노ㆍ김회담」을 전제,수습국면으로 전환한 것도 이같은 불안정성을 덮어두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목은 3당통합의 과정과 명분에 의문이 제기될 때엔 으레 지적돼 왔지만 김최고위원이 특정인사의 행태에 노골적 불쾌감을 표시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표면적으로 3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대당으로 통합했다지만 구여권에서 민정당이 차지하던 비중이 일부분이었던 것처럼 신여권내에서 민자당의 입지나 김최고위원의 역할이 한계를 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최고위원의 최근 행동은 이같은 상황에 대한 「만각」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며 부쩍 『3당합당때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는 견해.

하지만 이미 민정계등은 김최고위원의 행동을 당권과 관련지으면서 심지어 야당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서슴지않아 내분의 골을 매끄럽게 치유키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최근의 내분과 그 수습과정은 향후 민자당이 감내해야 할 복잡한 갈등의 일부가 보선패배등의 외부충격으로 불거져나온 것에 불과한 것이자 당이 직면한 과제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특히 당출범이후 당정관계나 국정운영에서 당이 정부의 정책결정을 사후추인하는 열악한 지위에 머물러왔음을 자인하긴 했으나 이를 개선시킬 수 있는 수단과 의지의 조화여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김최고위원이 『모종의 중대결심』이라며 처음부터 「고단위처방」을 띄운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보면 김최고위원은 청와대등의 신속한 뒷수습 움직임에서 보듯 『당내외에 자기쇄신의 주의환기를 촉구』한다는 일단의 목적을 달성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자기 쇄신의 흔적과 그 성과는 기본적으로 정치권력자체의 변화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내분이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한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진다.〈이유식기자〉

▷청와대반응◁

○…청와대측은 전날 저녁 김최고위원과 요담을 나눈 노재봉비서실장이 정리한 요담내용을 토대로 내분수습을 위한 조율작업에 착수.

이수정대변인은 이날 있었던 노대통령주재의 정례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최고위원과의 면담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1시간30분간의 회의 도중 그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하고 『대통령비서실장은 언제든 노대통령을 만나 보고 할 것이 있다면 보고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해 별도의 보고가 있었음을 시사.

청와대는 우선 당정의 의사통로가 여권수뇌부에 골고루 공유돼야 한다는 김최고위원의 지적이 합리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려는 움직임.

한 관계자는 김최고위원이 노실장과의 요담에서 이 대목을 지적하고 당정의 주요정책이 구야권계보가 소외된 채 특정계보에 의해 입안 또는 추진되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언.

이 관계자는 『이번 주중에 마련될 노대통령과 김최고위원과의 단독회동이 끝나면 어떤 형태로든 민자당의 운영방식이 합리적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민주계태도◁

○…청와대회의의 전격 불참이라는 충격요법으로 최근 당운영행태에 대한 제동을 시도했던 김영삼 최고위원은 9일 들어 일단 사태수습의 빗장을 푸는 모습.

김최고위원의 이같은 유화적 선회는 민정계쪽의 반발세 속에서도 자신의 행동이 노리던 충격효과를 충분히 거두었다고 판단한 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책임과 권한이 함께 주문되는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야당식 행동양식을 탈피치 못했다는 여론동향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추측.

김최고위원은 전날 밤 노청와대비서실장의 방문을 받고 가진 요담에서 자신의 「불만」 요인들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갈등양상이 증폭될 경우 문제제기 성격의 행위가 분란조장으로 낙인찍혀질 상황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최고위원에게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자신의 행위가 오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장악을 노린 포석으로 해석된 것이었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8일과 9일 상오 상도동을 찾은 민주계의원들에게도 이를 「턱없는 비약」으로 지적하며 언짢아했다는 것.

어쨌든 김최고위원이 이번 사태를 당운영에 있어 민주계의 입장을 최대한 고양시킬 계기로 활용하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점에 있어서는 민주계의원들이 어느때보다도 김최고위원의 이번 「선택」의 배경들에 대해 격앙돼 있는 모습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요며칠사이 김최고위원을 면담한 민주계의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개혁정신의 당위성이 통합을 이룬 3계파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민자당의 중ㆍ장기적 착근여부가 김최고위원의 위상정립과 적지않은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여러 분석들을 업고 있기도 하다. 노대통령이 노비서실장을 즉각 보내 조기진화를 시도한 것도 김최고위원의 당내입지가 낳는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사태의 수습국면에도 불구하고 박철언정무1장관에 대한 김최고위원과 민주계의 시각이 여전한 불씨라는 인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김최고위원은 9일들어 『특정인에 대한 불만인 듯이 미시적 차원의 문제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그의 측근들이 전하고 있지만 민주계의 「대박시선」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폭된 느낌이다.

이와관련,김최고위원의 청와대 불참을 재촉한 직접사유가 식목일인 지난 5일 방소관련 신문기사스크랩을 살펴보고 소련체류중 미처 알지 못했던 박장관의 「방해행각」에 대한 「전모」를 파악한 뒤였다는 후문은 매우 흥미롭다. 민주계는 『박장관문제는 이번 기회에 어떤식으로든지 결말을 내야한다』고 다짐하고 있어 「노ㆍ김회담」에서의 「거론수위」와 사후결과는 물론,각종 당공식회의에서 민주계가 취하고 나올 행동양식이 주목된다.

▷민정계시각◁

○…민정계는 김최고위원의 잇단 당직자회의 불참에 대해 내심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노청와대 비서실장의 8일 상도동 방문을 계기로 일단 내분의 불길은 잡았다고 판단한 듯 가급적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는등 자제하는 분위기.

박태준최고위원대행은 이날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최고위원과 통화를 통해 회의참석을 권유했으나 「개편대회 뒤에나 나가겠다」고 소개하면서 『당내 일은 서로 마주대한 자리에서 논의해야지 바깥에서 터뜨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언짢은 기색.

박대행은 그러나 최근의 상황이 내분으로 비쳐지고 있는 데 대해 『통합한 뒤 얼마나 됐다고 계파간에 주도권 다툼같은 게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가정에서도 3형제가 있으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수가 있는데,그런식으로 봐달라』며 더 이상의 의미부여를 경계.

민주계의 주표적이 되고 있는 박철언정무1장관도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 모든 것이 「오해」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하는등 인내로 견뎌내겠다는 태도.

박장관은 이날 상오 양재동자택에서 기자들에게 『쌍방(민주계와 자신을 지칭한 듯)의 「오해」로 인해 당에 내분이 있고 정국이 불안정한 것처럼 국민에게 비쳐지는 것은 3당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므로 말을 삼가고 인내하면서 기다리겠다』고 신중한 언급.

박장관은 이어 민주계의 주장을 『직접 들은 적도 없고 언론을 통해 들었을 뿐』이라고 말해 자신에게 직접 민주계의 목소리가 전달되지는 않았음을 시사. 그는 그러나 김최고위원과의 면담용의를 묻자 『같은당의 최고위원인데 따로 면담하고 뭐하고가 있겠느냐』고 말해 감정의 앙금은 잔존하고 있음을 시사.【조재용ㆍ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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