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민자내분… 오도된 당운영(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민자내분… 오도된 당운영(사설)

입력
1990.04.09 00:00
0 0

거대여당인 민주자유당이 진천ㆍ음성과 대구서갑구의 보궐선거가 끝난 뒤 패배후유증으로 내분과 진통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패배에 따른 책임전가등을싸고 계파간,특히 민정ㆍ민주계의 마찰은 김영삼최고위원이 7일 상오 노태우대통령이 주재하는 당정회의에 불참한 데다 「중대결심」까지 예고하고 있다.긴얘기 할 것 없이 지금 나라의 형편은 매우 어렵다. 물가앙등 경기침체 치안혼란 노사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해결에 팔걷고 나서야 할 여당이 집안싸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선 국민을 무시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보궐선거가 끝난 뒤 국민의 들끓는 요구와 바람은 거대여당이 오만하고 나태한 자세를 벗고 하루빨리 깊이 반성하여 새 시대를 이끌어가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각계파가 겸허한 자성은 커녕,책임전가와 정치적 위상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은 심히 안타깝기 짝이없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2천년대를 겨냥한 3당통합-거대여당의 진면목인지 묻고 싶다.

김영삼최고위원이 청와대회의에 불참을 선언하고 피력한 일련의 발언은 민자당의 속사정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듯하다.그는 『구태의연한 수구적 태도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자세가 보선에서 패배로 드러났다』면서 『현재의 당의 노선과 운영방법이 잘못됐다』고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방소중 박철언정무장관과의 갈등과 그의 당내독주,그리고 금융실명제보류등 개혁정책의 후퇴등에 대한 반발등으로 해석되고있다.

이에대해 민정계는 『당초 후보공천과 선거대책등에 참여하고서도 이제와서 공작정치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로서 인기전술이며 오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장악을 노리는 구야적 수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국민이 놀라는 것은 양파의 공방이 생산적 비판이아닌 과거 여야의 극한적인 적대양상이며 이같은 언쟁이 공공연하게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당통합의 실효를 거두기까지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민자당의 경우처럼 출생 성장 체질 인맥등이 전혀 다른 3당이 하나가 되기까지에는 엄청난 자제와 아량과 양보가 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3당이 통합때 말했듯이 급박한상황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이에 걸맞게 새여당의 모습도 급하게 가꿔가야만 한다.

따라서 민자당이 할 일도 오만과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당의 모습을 갖추는 일이다. 그것은 출범의 명분을 훼손하는 것이어서는 안되며 당의 정책에서,행동에서 국민들이 명백하게 당의 나가는 길을 감지ㆍ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려한 구호나 약속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투표없이 당을 합친이상 선거때보다 몇배 더 국민을 설득하고 확신시킬 수 있는 자세와 정책을 마련하는 각고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새 정치는 국민을 하늘처럼 여기는 위민우선의 원칙에서 거둘수 있다. 한낱 민원에도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묵묵히 애써 일하는 노력이 따라야만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계파간의 갈등을 적절히 조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계파이익을 내세워 합당된 지 3개월이 가까워 오는 데도 당직분배에 이어 원외지구당 조직책확보 다툼에 영일이 없는 모습은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이런 판국에 언제 새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역량있고 참신한 신인들이 대거 들어와 발을 붙일 수 있겠는가.

셋째는 당내민주화를 실천해 보이는 일이다.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정당은 정당이 아닐 뿐더러 한두사람의 실력자가 높은 곳에 선을 대고 당운영을 좌우하는 것은 국민이 기대하는 거여의 참다운 모습이 아니다. 당의 최고중추기관인 당무회의가 벌써부터 침묵과 요식행위로 운영되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민자당의 오늘의 모습은 체질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정당들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준다 하겠다. 그러나 3계파는 합당을 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한 목소리를 내는 작업이 시급하다. 보궐선거의 패배를 겪고도 반성을 잊은 채 계파이익에만 열을 올릴 때 국민은 또 한차례 준엄한 심판을 준비하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