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입지강화ㆍ지역적 한계노출등에 속으론 착잡/대여공세연결 본격 장외투쟁/야권통합엔 계속 신중한 자세평민당은 4ㆍ3보궐선거의 이변을 반기면서도 착잡한 모습이다. 평민당은 보선결과가 3당통합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이면서도 승리의 주역이 되지못했기 때문에 착잡한 것이다. 평민당은 이번 선거의 승리가 야권전체의 승리라고 애써 자위하지만 후보를 내지못했을 뿐 아니라 상대적 관계에 있는 민주당(가칭)의 위치가 강화돼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처지이다.
김대중총재가 6일의 의원총회에서 보궐선거후 당의위치와 관련,『평민당이 3당통합의 허구성을 깨고 정국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아가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는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한다』고 말한 대목이 「4ㆍ3쇼크」로 인해 평민당도 쇼크를 받지않을 수 없는 입장임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평민당은 이번 선거 결과가 야권의 승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선거후 정국운영에 있어서는 대여공세부분과 야권통합문제를 따로 다뤄야만 하는 2분법적 형태를 띠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먼저 대여공세의 경우 평민당은 그동안 3당통합을 국민의 뜻을 저버린 「밀실야합」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과연 국민이 3당통합을 거부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으나 이번 선거결과를 민의가 현장에서 검증된 것이라고 내세우며 이 주장을 한층 설득력있게 펼 수 있게 됐다. 평민당의 한 당직자는 『솔직히 말해 대다수 국민들이 3당통합에 대한 구체적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던 게 당내의 지배적 견해』라고 말한 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드러난 반민자당분위기를 보고 심지어는 우리마저 3당통합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판단했던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털어놓는다.
이 당직자의 얘기에서 평민당이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이유가 잘 설명된다. 평민당은 후보를 내지않은 이유를 의원직총사퇴결의안을 낸 마당에 2개의 빈자리를 메우는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다고 설명했지만 3당통합에 대한 국민적 여론에 대해 뚜렷한 자신이 없었다는 게 보다 솔직한 배경이다. 이와함께 평민당은 대구서갑의 경우에는 정호용후보라는 평민당과는 양립할 수 없는 요인을 감안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간에 평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결국 후보를 내지못하게 돼버리면서 평민당이 갖는 지역적 한계를 새삼 부각시켜버린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평민당은 이처럼 선거이전의 상황판단에는 다소의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변」으로 불리는 선거결과를 보고는 정국운용과 대여관계설정에서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평민당은 지난달 31일 1천만명서명운동본부를 발족시킨 데 이어 1일의 부천대회에서 본격적인 장외공세를 시작하면서도 조건부 영수회담제의등의 대여 유화제스처를 취하는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신중함보다는 적극 공세쪽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총재는 6일의 의총에서 『위기때마다 보여준 국민의 민주역량이 반민주적이고 반도덕적인 3당합당과 그이후 계속된 힘의 정치에 대한 분노로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뒤 『민자당은 민의에 저항하다가 비참한 파멸을 맞느냐 아니면 이제라도 민의에 복종해 나라와 자신을 구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3당통합후 이례적인 강한 톤으로 여권을 비난했다.
이 경우 평민당이 대여공세의 고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1천만명서명운동과 의원직총사퇴를 통한 조기총선의 실시. 그리고 여기에서 한걸음 더나아가 지자제선거까지도 총선과 함께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를 보이고 있다.
평민당은 3당통합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면서 성급한 단기승부를 걸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판단아래 장기적 안목에서 투쟁의 수위를 점차 높여 가는 다단계전략을 세워 놓았는데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해서 기존계획을 상당부분 앞당길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해 평민당내에는 여권이 결국은 조기총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해지고 있으며 이경우 총선과 불가분의 함수관계를 맺고있는 내각제 개헌논의도 그 실체를 예상보다 빨리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평민당은 정국대응에서 대여공세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인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신중한 관망의 자세를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오히려 3당통합직후와 같은 성급한 야권통합논의가 당의 진로설정에 장애요인이 될까봐 우려하는 모습이다. 평민당은 보궐선거직후 민주당이 승리의 여세를 몰아 야권통합공세를 펴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는데 민주당이 선거결과를 자신들의 당세확장에 우선적으로 활용할 태세를 보이자 긴장감을 푸는 표정이 역연하다.
6일의 의원총회를 비공개회의로 하며 야권통합문제를 논의하던중 민주당 이기택위원장의 기자회견내용이 야권통합보다는 창당쪽에 비중이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중순께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키로 하고 서둘러 산회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평민당은 민주당이 정말로 야권통합에 의지가 있다면 창당을 서둘지말고 통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라는 주장을 해왔는데 민주당이 5월중순 창당을 거듭선언하자 야권의 조기통합은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통합자체가 지니고 있는 명분성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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