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남 야 새주자 잠재력 확인/대평민 자신감… 「연대ㆍ경쟁」병행/「반민자」 반사이득 강해 앞날 미지수… 신인충원이 과제4ㆍ3보선의 승자는 민주당(가칭)이다. 불과 7명의 원내의석을 가진 미니 정당으로서 거대집권당과 맞서 두 지역의 보선에서 1대1로 동등하게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따라서 총체적인 선거결과는 민주당의 승리로 의당 평가될 수밖에 없다. 또 같은 야권으로서 민주당은 선거에 참여하고 승리함으로써 선거에 불참한 평민당에게도 이겼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무방하게 됐다. 이같은 2중의 승리는 민주당의 잠재력을 일시에 과시한 것으로서 민주당은 의석은 적지만 계속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민주당의원들 스스로 인정하듯 이번 보선승리는 민주당의 자체 노력보다는 국민들의 거여 견제심리에 힘입은 바가 크다. 여소야대의 4당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뀌며,거여가 탄생한 반면 야권은 평민당의 지역적한계로 인해 힘과 세력의 공백이 생겨났던 것인데 유권자들이 이를 메워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구서갑과 진천ㆍ음성보선운동에 뛰었던 김광일의원은 『대구나 충북에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국민의 거여에 대한 강한 견제심리를 읽을 수 있었다』며 민주당의 승리가 민자당에 대한 견제심리의 반사이익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의원들이 내심 고무되고 있는 것은 이밖에 대구나 충북지역의 주민과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민자당에 대칭되는 야당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는 인상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두개의 성장요인 즉 거여견제심리와 호남이외 지역에서의 야세중심 세력으로 당세를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이번 보선으로 민주당의 위상이 일시에 격상되는 현상은 갑자기 조직책 신청자가 늘어 그 신청기간을 늘려 잡은 데서도 알 수 있다.
민주당은 보선승리를 계기로 민자당에 대한 견제논리를 펴면서 아쉬운 대로 야권의 주도권장악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기택 창당준비위원장은 지난 5일 자축연에서 이번 선거를 「3당야합에 대한 심판」이자 「사실상 6공정권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평가,대여투쟁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민자당에 대한 공세는 특히 금융실명제유보등 개혁적 경제정책의 후퇴를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진천ㆍ음성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농정의 문제점과 골프장허가등 환경문제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점을 들어 농촌과 대도시 소외계층을 지지기반으로 파고들 전망이다.
민주당은 원내세력으로서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으나 국회소집정족수(75명)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점을 활용,평민당과 함께 대원내전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정치일정,즉 지자제실시 내각책임제 개헌등에서 민주당은 평민당과 적절한 연대를 유지하며 민자당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행태가 다음 총선까지 안정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민주당이 대여공세를 펼 수있는 장외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게 다수 소속의원들의 생각이자 기대인 듯하다.
표면적인 대여공세에 못지않게 민주당이 비중을 두는 것은 야권내의 정통성확보이며,이와관련해 평민당과의 관계설정에 내면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민주당의 장래는 민자당과의 관계보다는 평민당과 「경쟁과 협력」 관계에 더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민주당은 야당위상설정에서 평민당과 날이 갈수록 「제로섬게임」을 벌여야 될 입장이다.
민주당의원들은 이번 보선을 통해 평민당의 한계를 뚜렷이 읽고,야권통합보다는 당분간 당세확장에 힘을 쏟는다는 내심을 보이고 있다. 이기택위원장이 6일 기자회견에서 야권통합에 언급,『창당작업이 끝난 뒤에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겠다』『이번 선거로 정국의 3당체제가 확립됐다』고 말한 점도 이같은 맥락에서 헤아려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서 인위적인 야권통합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지세력을 확보하면서 평민당에 타격을 입힌다는 전략이다. 한의원은 이와 관련,『이번 선거로 민자당 못지 않게 더 타격을 받은 정당은 평민당일 것』이라며 『평민당도 지도체제등 체질개선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평민당의 4월말 전당대회를 주시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서울출신 평민당의원들이 현재상태로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고 판단할 때 당내 분화작용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재야와의 유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선거로 재야도 이론과 도덕성만으로 현실정치의 국민적 정서에 부응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로 민주당의 길이 훤히 열려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민주당의 노력에 의한 승리보다는 민자당의 힘의 남용 및 오만과 평민당의 선거 포기등 주로 양대정당의 정치적 실책에 의해 얻은 어부지리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민의 견제심리를 충족시켜 줄 만한 인적자원을 충당하고 단순한 비판만이 아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개발능력을 갖추는 길이 급선무라 할수 있다. 과거 야당인사들의 집결체의 성격만으로서는 아무래도 성장의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국민적 지지약속을 확보했다고는 민주당이 스스로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김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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