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것으로 돌아가야 잘 된다는 복고바람이 우리의 시계를 혼란케함을 각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안정과 개혁에서 성장과 유보로의 급회전,과격노동세력에 대한 강경대응,거대여당을 배경으로 요즘 경제계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려는 경향이 짙어가는 인상을 풍긴다.경제난국에 관한 공감대가 범국민적으로 굳게 형성되면서 노사관계는 안정성향을 찾아 분규가 격감하고 있다. 이념과 정치투쟁의 노동운동이 대중의 기반을 잃고 임금보다 복지에 눈돌리는 실리성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노사환경을 경기회복과 경제발전의 기반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단체는 잠잠한 현실을 호기로 잡은듯 기득권 옹호를 위한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노동관계법개정 요청이다.
경제계는 파업요건 강화,법정근로시간 연장,월차휴가폐지 등 사업자의 입장을 강화하는 24개항에 걸친 요구를 내세웠다. 주요 내용을 하나 하나 따져보면 자칫 대단한 마찰과 대립을 빚어낼 요인이 깔려 있음을 간파케 한다.
이중 법정근로시간의 단축은 지난해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확정된 내용이다. 즉 종래 주 48시간에서 46시간으로 줄여 평일 8시간과 토요일 6시간 노동제를 확정시킨 것이다.
이제와서 경제난국을 핑계로 노동시간의 복고를 요구하는 것은 시대 역행이며 시계바늘을 돌려놓으려는 구식의 발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줄 안다. 과거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일벌레로 알려졌다. 그 대가는 사용주들의 인색한 박대였다는 불만이 고조되어 노사관계를 크게 악화시킨 것이 아닌가.
오늘의 근로자들은 인간다운 삶,생활의 질적 향상을 근로의 보람으로 삼는다. 일벌레도 좋지만 그보다는 사람답게 살아 보겠다는 의욕이 세차다. 그래서 휴식을 생산성 향상의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다. 1주2일 휴무제까지 도입되어 확산되고 있으며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나타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계가 바라는 대로 법정근로시간을 연장한다면,생산성의 제고보다 근로의욕의 감퇴가 차라리 우려된다. 좋아서 하는 근로와 싫어도 해야하는 근로는 그 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우리 기업은 책임을 남에게,또는 외부요인에 전가하는 습성에 깊이 젖었다. 기술개발에 아주 인색하고 노무관리를 공권력의 억압에나 기대는 사고론 선진의 꿈은 달성되지 않는다. 경기와 수출부진에 기업이 얼마나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
우리 기업은 과거의 향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무분별한 분규로 산업현장을 피폐화시키는 일도 없어야겠지만 무리한 근로로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기업의 생각도 청산할 때가 왔다. 기업이 노동시간을 돈으로 안다면 근로자도 똑같은 계산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복고바람은 새로운 분쟁만 야기시킬 우려가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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