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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정담/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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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정담/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0.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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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선,결국 1대1로 끝이구먼. 이 것도 황금분할일까』 『천만에. 1대1이 아니라 1대0.5,정부ㆍ여당으로서는 완패 하나에 행승 하나,종합성적은 판정패지. 이 것을 뜻밖이라고 할지 당연하다고 할지…』『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던가. 그만큼 의외성이 많다는 것이겠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그 것이 정치의 묘미인지는 모르지만,선거에는 불가능이 없다­이런 생각마저 들더라구. 선거 때마다 생각지 못했던 일,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기니까­. 근래의 동해ㆍ영을 재선거,이번 보선이 모두 그래』 『동해의 후보매수사퇴,영을의 후보자 전원고발,이번 대구에서는 정아무개 후보의 억지사퇴…』 『그 정씨가 사퇴를 강요받으면서 한 말이 있지. 나와 아내 단2표만 남는다고 해도 끝까지 싸운다고­. 그렇게 말한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다 「단2표」가 있을 수 없는 선거결과라 생각했을 것 아닌가. 그러나 영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사상 「득표령」인 기록이 1841년 이래 8건이나 있다는거야. 그것도 그중 5건은 보수당ㆍ자유당 등 유력정당의 후보가 세운 기록이라니 희한한 일이지. 알고보니 예전 영국선거법은 후보자의 자선투표를 금지하고 있어서 「득표령」이 가능했다는 구먼. 「영웅적인 실패집」(The Book of Heroic Failures)이란 책에 이런 기록이 나와 있는데,이번 정씨사퇴도 관련된 사람들의 직위나 지명도,또 동창간의 별자리수를 모두 따진다면 역시 「영웅적인 실패」라고 해야 할 것 같애』

『정씨와 관련해서는 그것말고도 납득못할 것이 있어. 정씨는 지난번 총선에서 당당하게 당선된 국회의원이었지. 그런데 야당이 압력을 넣고,대통령과 여당이 할 수가 없다고 해서 국회의원을 사퇴하고,그래서 이번 보선이 있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정씨가 입후보를 않는게 좋겠다고 하는 말은 그런대로 앞뒤가 맞는다고 볼 수가 있는데,막상 그가 사퇴하고 나니까,야당에서 하는 말이,유권자의 선택권을 짓밟았으니,헌법위반이다­이랬거든. 그러니,유권자가 선택한 국회의원을 억지로 사퇴시키는 것은 괜찮고,입후보를 사퇴시키는 것은 안된다는 말이 되겠지. 이거야 억지 경쟁이지 뭔가. 어느틈에 유권자의 자리가 있는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통치기반」 「대통령의 분신」 운운했던 정부ㆍ여당쪽의 억지가 더 문제 아니겠나. 지역구 보선이면 지역구 보선답게 치를것이지,「대통령의 통치기반」은 왜나오나』

『그도 그렇지만,더 딱했던 것이 「대통령의 분신」같애. 「분신」이 어디 한사람 뿐이었나. 투표구 37군데에 나간 국회의원 통책도 「분신」이지. 손오공이 몸의 털을 뽑아 훅 불면 손오공의 분신이 나타나는 「신외신법」도 아닐테고­』 『그 「분신」이 문제인 것은,그 「분신」이 누군인가에도 있었다고 해야 할거야. 「분신」으로 입후보한 그사람이,얼마전 까지만 해도,혁명하는 각오로 토지공개념을하고 실명제를 한다고,떠들던 바로 그 사람 아닌가. 그런데 그 모든 개혁정책을 물린다는 판국이 되어서는,쥐죽은 듯이 말이 없다가,그 개혁정책의 향방을 심판한다고 할 선거판에 나왔으니,무슨 할말이 있었겠나』

『그래서,정부ㆍ여당도 생각은 멀쩡해서,실명제유보를 투표일 다음날에 발표한것 아닌가. 대구에 지하철을 판다는 생색은 투표 전날 발표하고­. 역시 정치는 타이밍이다­이 말일세』

『그러니 더 문제지. 정치의 타이밍이란 것을 그쯤으로 이해하고 있으니­. 영국에 「정치는 매일이 국민투표다」­이런 격언이 있다던데,이런 마음가짐 없이 판단하는 정치의 타이밍에 무슨 뜻이 있겠나. 정치의 타이밍도 봄에 콩을 뿌려서 가을에 콩을 거둔다는 것과 다를 것이 있을까. 진천ㆍ음성에 고추파동ㆍ담배폐농 따위의 실정의 씨를 뿌려놓고 표가 주렁주렁 열기를 기다리는 것이나,유권자의 자존심을 밟을대로 밟아놓고 표를 달라고 했던 대구의 경우나 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이 이치에 어긋난 것이지』

『게다가 3당통합의 거여,그 거여의 개혁의지가 보선의 이슈가 되고 있는판에,선거기간중 내내 거여가 한일이 무언가. 대통령까지 나서서,그야말로 여당에서 선거를 치른다면서,3정파중 2정파는 나 몰라라,한편으로는 실명제 후퇴논의,다른 한편에서는 지역구 조직책 나누기로 싸움박질,모스크바까지 오가며 티격태격­. 정치를 타이밍이라고 한다면 이런건 정치일 수가 없지. 그게 굳이 정치라면,「다스릴 치」 정치가 아닌,「어리석을 치」의 정치겠지. 신사고 신사고하더니 겨우 이런 것인가 싶어지더라구』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신사고,노보에ㆍ무이슈레니에는 요란하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는 없다­』

『그럼 내가 정치콩트를 하나 소개하지. 영국의 처칠은 평생 노동당을 원수로 여겼지. 그런줄을 아는 어떤 사람이 물었다는 구먼. 「각하,노동당의 창시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한참만에 나온 처칠의 대답 「아마 콜럼버스 일걸」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 사람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출항해서,신대륙을 발견하고는 거기가 어딘지를 몰랐다는 말일세」 처칠의 말처럼,콜럼버스는 인도대륙을 찾아 길을 떠났다가,카브리해 여러섬을 발견하고도,그것이 아메리카대륙의 일부인줄을 몰랐던게 사실아닌가. 마찬가지로,노동당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설친다는 것이 처칠의 입을 빌린 콩트작자의 뜻이겠는데,우리 통합여당은…』

『그만하세. 말 안해도 알겠네』【상임고문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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