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당내분ㆍ농정실패도 한몫/여,전당대회앞두고 인책ㆍ노선다툼 조짐/민주 입지강화 「야통합」유리한 고지올라집권민자당의 패배로 상징되는 대구서갑과 충북진천ㆍ음성의 보궐선거결과는 민심의 흐름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정치이변」이었다.
대구서갑의 경우 민자당의 문희갑후보가 승리했으나 이는 민자당의석을 1석 늘리는 수의 변화만 가져왔을 뿐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무리수와 관련시켜볼 때 민자당 스스로 「이겼다」고 내세울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볼 수 있다.
대구서갑의 여권내 파워게임 양상과는 달리 거여대 미니야당의 단순대결로 압축됐던 진천ㆍ음성에서 민주당(가칭)의 경량급후보가 집권당의 중량급후보에 압승한 것은 민자당에 대한 국민의 검증이 표본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그 정치적 파장은 크고 멀리 퍼져나갈 전망이다. 즉 이곳에서의 민자당의 실패는 거여에 대한 견제심리,3당통합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첨예한 이해관계 등이 굴절없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이는 새 야당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지만,그보다는 집권 민자당에 내리는 국민적 교훈의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는 이번 보선과정에서 두루 나타났다고 지적되고 있다. 정호용후보사퇴 과정에서 보여준 여권의 힘의 구사,40여명의 현역의원을 1개 보궐선거의 운동원으로 집단등록시키는 힘의 남용은 대구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했다. 또 현역의원이 선거운동 중 민자당당원들에 의해 폭행당한 사실도 진천ㆍ음성지역 유권자들에게 집권당의 무차별한 힘의 사용을 경고해준 측면이 강하다.
특히 3당통합후 민자당이 보여준 힘의 남용가능성은 더욱 유권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했다는 게 현지 여론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국방부가 국군조직법을 변칙적으로 통과시킨 사실은 정치적 안정을 내세운 3당통합명분을 희석시키며 과거 집권당 형태로의 회귀로 유권자들의 경계심리를 충분히 자극했다는 것이다.
또 3당통합후 집권당이 보여준 내분양상과 정책의 선택과 결정방식을 보는 국민의 시각도 매우 부정적이었음이 이번 선거결과에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진천ㆍ음성선거결과는 집권세력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유권자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만 하다. 고추파동이 심했던 진천군의 덕산면ㆍ이월면 등에서 민자당후보가 완패하는가하면 담배경작지인 음성지역유권자들이 야세로 돈 것도 담배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의 허탁후보가 민태구(민자)후보의 지사시절 3개골프장이 허가돼 저수지가 오염됐다고 집중공격한 것도 주효했다는 현지분석이고 보면,도시민위주의 경제ㆍ사회정책에 대한 농촌지역 반발의 일단이라는 점에서 새겨볼 만하다.
이같이 민심의 동향을 뚜렷이 보여준 보선결과는 여야에 변화의 충격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자당은 4월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선결과에 대한 책임추궁과 이에 따른 당노선을 둘러싼 헤게모니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두 보궐선거는 후보선정 과정이나 선거운동의 양태에서 민정계주도로 과거 민정당식으로 추진되었던 것이 사실이어서 민주ㆍ공화계의 공세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정책의 선택과 결정과정에서 민주계가 개혁의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여권내의 야당」이라는 가냘픈 명분을 내걸고 민자당에 참여한 민주계의원 다수와 일부 공화계의원들에게는 이번 선거결과가 2년 앞으로 다가온 자신의 운명과 연결시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는 민자지도부가 민심을 수습할 의지를 보이지 않을 때 일부의원들의 이탈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민자당이 당정체제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민자당이 이같은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정치적 안정을 기하고 3당통합의 근본정신을 살려나가는 것도 시급한 문제이다.
소련방문의 불협화등 당지도부의 구사고적 행동탈피없이는 민자당에 대한 민심이반현상은 치유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즉 인책론보다는 당지도부의 사고전환이 민자당의 급선무인 것 같다.
이번 선거로 침체기에 있던 야당의 입지가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당통합에 참여하지 않고 야당의 길을 택한 민주계는 그 속마음이야 어떻든 국민들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허후보 당선이 민주당의 원내세력 판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력은 인정받은 셈이다.
평민당 또한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거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확인했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3당통합 부당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는 명분에서 무척 고무될 만한다.
그러나 평민당은 이번 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지역당의 한계를 노정했기 때문에 야권내에서 미니정당인 민주당에 부담을 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김대중총재 개인의 야권내 지도적위치는 장기적으로 도전받을 지도 모른다. 이번 보선에서의 민주당 승리는 지자제선거 14대총선 등을 감안할 때 야권통합에 대한 문제제기의 계기가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민자당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치열할 것이고 보면 민자당의 정치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김수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