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상식이 4일 개표가 끝난 대구서구갑과 충북 진천ㆍ음성의 보궐선거에서도 재확인되었다. 대체적으로 선거는 그 결과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가리켜 사람들은 흔히 이변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예측을 잘못한데서 나오는 것이다.이번 선거는 합당후 처음 실시되는 것이고 민자당이 스스로 합당의 심판대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었다.
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신생 민자당을 밀어주자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거대 여당의 출현을 경계하는 국민의 견제심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민정당과 구공화당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던 충북지역에서 충북지사 출신의 민자당 후보가 떨어지고 민주당후보가 당선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현집권 핵심세력의 본고장이라는 대구지역에서 민자당후보가 정호용씨의 후보사퇴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당선된 것은 민자당에 대한 국민의 견제가 예상외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정후보를 사퇴시키고 현역의원들을 대거 투입하는가 하면 폭력사태까지 빚는 등 민자당의 힘자랑은 유권자들의 견제심리를 더욱 부채질한 결과가 되었다.
민자당에 대한 이같은 견제는 존재가 미약했던 제3당 민주당에 대한 의외의 지지로 나타났다. 아직 창당조차 안된 민주당에 대해 이러한 지지열기가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제1야당인 평민당에서 아예 후보를 내지않았다는 것이 변수의 하나로 작용했음직 하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특히 비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은 예측 불허의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가장 손해를 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민자당이고 그 반사 이익을 얻은 민주당이 가장 많은 이득을 보게 되었다.
평민당은 처음부터 선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선자도 낙선자도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는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보잘것 없이 보이던 민주당이 이번 선거의 스타로 부상함으로써 같은 야당의 입장에서 평민당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틀림없다. 평민당이 이번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평민당이 지금도 보선 포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유일 야당이라고 자처하는 처지라면 당연히 후보를 내세워 국민의 심판을 받았어야했다.
앞으로 14대 총선까지는 많은 세월이 남아있지만 일단 3당 시대의 터전이 마련된 것으로 보아 여당인 민자당은 물론 같은 야당인 평민당에 대해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은 틀림없다. 소위 3김씨를 비롯한 기성정치 세력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신선감을 주는 대체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앞으로 민주당이 얼마나 참신한 신인들을 모아 기성정당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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