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이 출범 보름만에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내용은 예상한 바 대로 성장중시정책으로의 방향전환이었으며 이로써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개혁에보다 현실인정을 선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될 것이 분명해졌다. 지난 2년간의 6공의 경제기조가 안정과 형평에 두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앞으로의 경제기조는 성장을 통한 침체로부터의 탈출에 역점이 모아지게 된 셈이다.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활성화 대책의 주요 골자는 ①기업의욕의 소생과 산업구조의 조정을 통해 수출과 투자촉진을 이룩함으로써 성장을 재가동시키고 ②부동산투기의 억제를 강화하고 ③근로자주거안정을 추진하고 ④임금인상의 자제 등으로 물가안정을 기하고 ⑤금융실명제시행을 유보한다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같은 주요대책중 앞의 4개항은 표현상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이미 전경제팀에 의해서도 제시되었던 것이며 따라서 투자촉진을 위한 몇가지 강도있는 새 방안을 제외하고는 대책의 핵심이 역시 금융실명제의 유보에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불균형성장에 따른 부작용제거와 시장경제체제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서 부의 축재과정에 대한 정리작업은 필수라고 봤던 전경제팀의 논리에 반하여,새 경제팀은 실명제실시에 따른 자금의 제도금융권 이탈과 그 결과로 생겨날 부동산투기의 과열,증시위축 등 문제점을 경제의 도덕성확립보다 더 중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이 경제정책도 언제나 양면성을 지니는 것이라고 볼 때 실명제실시와 관련된 이해득실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으나,금융실명제가 최대의 공약정책이었던 현정부로서는 그의 유보로 인한 정책의 신뢰성 상실이라는 부담을 안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비록 실명제는 유보되었으나 이 문제는 두가지 이유로 해서 앞으로 계속 논쟁의 대상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첫째는 그간 준비해온 실시방안의 제시나 국민납득을 위한 노력도 없이 새경제팀 독단으로 유보결정을 내린 절차상의 하자이며 둘째는 실명제충격에 대한 완화책의 연구나 검토를 외면한 채 실명제 유보의 보완책으로 제시한 대안들이 실질적으로 별다른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는 점 등이라고 하겠다.
기업소생에 집착한 나머지 특별설비자금추가증액,무역금융 융자단가 인상 등 금융세제지원을 통해 기업에 새로 주입하는 돈과,사회간접자본시설투자 등 기타의 재정부담 증가를 감안할 때 통화증발의 우려와 그로 말미암은 물가상승 요인의 증대에 대해서도 우려를 안 가질 수가 없다. 자금을 푸는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종전에 수없이 되풀이 되어오던 물가대책 외에 별다른 새 방안의 제시가 없는 것 역시 아쉬운 일이다.
또 부동산투기억제를 강화한다고 하나 거래에서의 실명제 도입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실효를 얻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공장용지취득과 근로자 주택건설에 편의를 제공한 내용등은 오히려 단기적 투기확대에 기여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고 여겨진다.
제2금융권의 실세금리를 1%이상 인하토록 유도하겠다면서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 그 방법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수출을 활성화시키겠다면서 국제시장의 움직임이나 새시장개척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총론은 있지만 각론의 상세한 방법제시에 미흡하다는 말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여러 점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의 경제활성화대책은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한 부분대책의 성격이 농후하며,그러기에 새경제팀도 물가ㆍ부동산투기 등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추가조치도 계속 마련할 것을 약속한 것이라고 보고 싶다. 단기부양책 추진에 따른 또다른 부작용 대비책의 강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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