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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락떠나 정치적 부담 자초/상처뿐인 보선…후유증수습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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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락떠나 정치적 부담 자초/상처뿐인 보선…후유증수습 숙제로

입력
1990.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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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체민주 뜻밖대약진 “충격적” 대구선 정씨세력 대거이반…샌드위치표 또 쟁점될듯/합당ㆍ행태에 「국민심판」분석도대구서갑과 충북 진천ㆍ음성의 두 보궐선거결과는 여권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대구서갑 지역의 투표율이 13대 총선당시 보다 13%나 떨어져 정호용씨 지지세력의 대여 반발정도가 예상을 넘어 심각한 상태속에 민자당후보가 예상보다 적은 리드를 보이는가 하면 진천ㆍ음성에서 민주당(가칭)의 허탁후보가 민자당의 민태구후보와 대접전을 벌이는 이변을 기록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3당합당으로 등장한 거대 민자당을 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는게 정가의 일반론이다. 특히 진천지역에서 발생한 현역의원에 대한 여당운동원들의 폭행사건은 출범 2개월동안 방향감각을 잡지 못하는 민자당의 무감각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진천ㆍ음성지역 보선의 결과는 대구서갑과는 달리 여야대결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3당합당에 대한 국민심판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의 여야접전양상은 또 신생 미니정당인 민주당(가칭)이 허약한 외양에 비해 상당한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어 민주당의 위상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진천ㆍ음성에서 나타난 「이변」은 물론,대구지역에서 여권이 범한 잇단 무리수들이 이번 선거전반에 드리운 비판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깔고 더 재촉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런 배경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도지사의 「화려한」경력과 거대집권당의 월등한 프리미엄을 업었던 민후보가 개인경력으로나,당세로나 결코 비교상대가 안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허후보를 맞아 졸전을 벌인 결과는 민자당에게 치명타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말해 이 지역에서 발휘한 민주당의 「저력」은 「승리」로 간주돼도 무방하다는 정가의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그동안 두 보궐선거를 3당합당에 대한 물러설 수 없는 시험대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민자당은 정씨사퇴 파문을 수습하느라 대구에 당력을 집중한 끝에 예기치 못한 진천ㆍ음성에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된 셈.

여기에 대구의 개표과정에서 발생한 「샌드위치표」시비까지 가세,이번 선거에서 민자당은 이래저래 시련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두 보선을 통한 3당합당의 여론검증은 민자당의 입장에서 결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컨대 두 보궐선거는 선거결과와 별개로도 개운찮은 여운을 길게 남겼다. 두 보선은 우리의 선거풍토가 흔히 드러내는 과열ㆍ폭력의 얼룩을 예외없이 기록했으며,특히 집권여당의 승리를 향한 무차별 득표전에 제1야당인 평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는 기현상이 겹쳐 선거분위기를 초반부터 굴절시켰다. 대구선거의 경우 6공정권과 13대 국회의 최대현안으로 일컬어지던 5공청산의 후유증이 「여ㆍ야대결」속에 후보사퇴파동으로 요동쳤는가 하면,현역의원의 사망에 따라 자연적 동기로 출발한 진천ㆍ음성선거는 현역의원의 여당운동원들에 의해 폭행,입원까지 하는 파행상을 덩달아 연출했다.

또한 3당합당이후 치러진 정치행사였다는 점에서 봐도 민자당의 이질적 비대함이 「행동원리」를 아직 체득하고 있지 못한 문제점을 널리 인식시킨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야당으로서도 평민당이 후보자를 내지 못함으로써 정당으로서의 뼈아픈 「한계」를 자인해야만 했다.

다시말해 이번 두 보선은 여러면에서 극복해야할 현정치권의 기형구조를 잘 보여주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와관련,정씨 사퇴과정에서 노정된 여권의 무리가 재삼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총선과 달리 보궐선거가 여ㆍ야의 당력이 총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열상을 빚기가 십상인 것은 동해나 영등포을구 재선거에서도 나타난 대로이다. 그러나 정씨의 경우 5공청산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핵심권내부의 파워게임양상이 그대로 연장돼 재연되면서 대통령에 대한 위법 고발시비까지 일으킨 대목은 이번 선거의 최대 오점이라는게 일반적 견해이다.

여당은 특히 소속의원을 40명이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시켜 득표율까지 할당함으로써 국회의원의 헌법적 지위와 권위를 스스로 부정한 꼴이 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씨는 결국 선거운동기간중 외유길에 올라야 하는,유쾌하지 못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자의냐 타의냐」의 냉소적 꼬리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씨 드라마가 신여권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면,정치적 문책성격의 의원직사퇴를 스스로 번복,출마를 강행했다가 끝내 주저앉게 됨으로써 대구 유권자들을 무시했다는 정씨의 부도덕성 또한 따가운 시선을 자초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선거의 유세장이 비교적 적법의 틀을 유지했다는 대목은 선거불법을 용인치 않으려는 국민의식의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던 사례가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큰 불상사가 없는 가운데 중립적인 선관위의 운영방식에 협조적인 분위기였다. 민자당 국회의원의 운동원 등록도 역설적으로 보면 불법선거에 대한 여론의 감시를 의식한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야권이 받아들이는 이번 선거의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3당합당이후 헤어나지 못하는 야권의 불구상태를 조속히 치유하지 못할 경우,건전한 견제,비판세력의 정치적 결집을 계속 좌절시키는 대상으로 도마위에 오르는 상황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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