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미서 리베이트제…「엑셀」과 값같아/「샤프」등 2류가전,국산보다 15∼20%싸/대일 수출비중 큰 철강도 타격…대책없는게 더문제「엔저파고」가 국내 수출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오름세(평가절하)를 보이면서 수출업계는 2ㆍ4분기이후 그동안의 수출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올들어 계속된 엔화의 초고속절하로 일본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큰폭으로 떨어져 수출회복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있다.
수출업계는 가격경쟁력은 물론 품질및 기술개발력에서도 뒤지는등 구조적인 수출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에서 원화의 절하추세를 훨씬 앞지르는 일본 엔화의 고속절하로 새 경제팀의 수출부양책이 무색해질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우리경제가 지금보다 더한 침체국면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제품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수출상품들이 세계 곳곳에서 우수한 품질에다 가격경쟁으로까지 무장한 일본제품에 밀리고 있는데 특히 자동차와 전기전자제품이 어렵게 확보한 시장을 빼앗기고있다.
자동차업계는 신차를 개발하면서 지난해 잃어버린 시장을 다소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연초부터 엔화절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시장회복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엑셀의 경우 지난88년만 해도 동급의 일본차종에 비해 가격이 20%정도 싸 미국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가격차가 10%로 좁혀져 상대적으로 품질면에서 확고부동한 평판을 얻고있는 일본차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현재 엑셀의 현지판매가가 6천1백94달러에서 8천7백74달러로 혼다의 시빅(9천5백75∼1만4백50달러)이나 도요타의 코롤라(9천4백88∼1만2백98달러)에 비해 2천∼3천달러 싸지만 일본차는 2천달러내외의 리베이트와 연리7.5%의 할부금융을 실시,이같은 가격차를 상쇄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은 현재의 가격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엔화절하의 효과를 가격인하로 연결하지 않는 대신 품질고급화와 광고공세확대,리베이트확대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여 우리자동차가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5만6천대(21억1천만달러)를 수출한 국내자동차업계는 올해는 42만대(23억8천만달러)를 수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나 미국시장은 물론 캐나다 영국 대만 등지에서도 일본차와의 경쟁때문에 목표달성이 비관적이라고 보고있다.
현대자동차의 한관계자는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은 88년말에 비해 엔화가 20%정도 절하됨에 따라 가격인하는 물론 품질고급화ㆍ리베이트확대등으로 시장을 쉽게 공략하기 때문에 같은기간에 원화가 겨우 0.2%절하돼 국내 자동차업계로서는 원화가 대폭절하되지 않는 한 손쓸 재간이 없다』며 『엔저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 전체가 부실기업화할 우려마저 있다』고 말했다.
컬러TV VTR 냉장고 전자레인지등 가전제품도 엔절하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의 2류제품에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고평가로 미국지역의 경우 적자수출상태에 있는 가전업계는 엔절하로 치명타를 입고있다.
VTR의 경우 일본의 중간급제품의 대미수출가격이 지난해말 1백45달러 수준으로 우리제품(1백50∼1백53달러)보다 오히려 쌌는데 최근엔 일본제품가격이 1백32달러로 떨어져 가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미국을 비롯,유럽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의 2류제품과 가격면에선 뒤지나 품질면에서 다소 앞섰던 우리 가전제품이 최근 오리온 푸나이 샤프 신톰등 일본의 2류메이커들이 가격을 더욱 인하하면서 품질경쟁력까지 갖추는바람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금성사의 유만선 해외영업관리 담당부장(39)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의 동급제품이 국산제품보다 가격이 15∼20%정도 싸 일본제품과 부딪치는 지역마다 결정적 타격을 입고 있다』며 『가격경쟁력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제품고급화 브랜드이미지 강화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공업진흥회는 달러에 대한 엔화의 환율이 1백55엔대일때 우리전자 제품의 손익분기점인 원화의 환율은 7백15원,엔화 1백60엔 진입땐 원화의 환율이 7백40원이며 수출회복이 본격화되려면 엔화 1백55엔일때 원화 7백30원,엔화 1백60엔일땐 원화 7백60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가전제품의 수출이 치명타를 입을 것임을 전망했다.
로마월드컵과 동구권개방에 따른 특수로 올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9.4%증가한 1백87억달러로 잡고 있는 가전업체는 엔절하라는 무서운 복병때문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있다.
이밖에 대일수출비중이 45%나 되는 철강제품의 수출도 차질이 예상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판재류가격이 톤당 10∼20달러 인하된데 이어 2ㆍ4분기에도 인하할 전망인데 우리 철강제품은 가격인하가 불가능,그만큼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호주와 미국이 최근 값싼제품을 동남아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해 일본제품의 가격인하가 더욱 가속화 될것으로 보여 우리제품의 가격경쟁력 우위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엔약세가 국내 수출업계에 치명타를 주고있지만 이에 대응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게 문제다. 무협은 원화의 고평가를 해소하고 특히 엔화와의 균형을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행 환율시스템상 엔화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업계는 상반기중 원화의 환율이 7백20∼7백30원,연말까지는 7백50원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또한 국내 물가상승 및 통상마찰과 직결되는 문제라 쉽게 손댈 수 없다.
수출의 최대걸림돌이 되고 있는 엔저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우리수출의 앞날이 걸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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