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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멱살잡는게 대학생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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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멱살잡는게 대학생인가(사설)

입력
1990.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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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를 넘어선 패륜이다. 대학의 진통이 아무리 모질다 한들,사제관계가 아무리 헝클어졌다 한들 이럴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대학인의 모습이 왜 이토록 이지러져 가는지 새삼 다시 쳐다보게 된다.대학인의 긍지와 양식과 이성을 스스로 포기하였는가 먼저 묻고 싶다. 부산 동아대 총학생회 간부들의 행동은 충격도 충격이거니와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는다. 학내문제로 총장 부속실을 점거하고 복도에 시너를 뿌리고 여기에 농성장에 찾아온 교수의 멱살을 잡고 시너를 머리에 퍼부은 만행을 저질렀다. 이것이 과연 대학인의 자세일 수 있겠는가. 제 정신으로야 어찌 이런 광란을 연출할 수 있겠는지 분노를 삭이지 못할지경이다.

대학가는 요즈음 과격시위가 주춤해져 면학분위기가 자리잡는 징조를 보여주고 있음을 우리는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상상못할 농성과 폭력사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정열과 패기는 젊음이 누리는 특권이라 하자. 그러나 젊음의 발산은 그 돌파구가 정당할때만이 가능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젊음은 때로 무모하고 당돌할 수 있음도 우리는 익히 아는바다. 다소의 허물은 그래서 눈감아 버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성을 연마하는 대학생은 그 본분을 넘어선 행위는 어떤 이유로라도 용서할 수 없다. 대학인은 대학인다울때 비로소 응분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젊다는 것만으로 반인륜적 사고와 행동을 모두 합리화 시킬 수는 없다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학내문제나 현실적 모순에 대한 불만과 비평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표현방식은 대학인다워야 호응을 받고 당위성이 인정되는 법이다.

우리는 대학생들의 사고와 행동양식이 갈수록 지성인의 궤를 벗어나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폭력이야말로 저주받을 반지성적행위임을 대학생 자신이 깊이 새겨두고 있으리라 믿었는데,교수에 대한 행패를 보고 하늘이 무너질 듯한 배신감마저 느끼게 된다.

대학이 폭력의 마당일 수 없다. 대학이 무엇을 하는데며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한번쯤 심각하게 자성해볼 필요가 있을 줄 안다. 함부로 총장실을 점거하고 교내시설을 두들겨부수는 일은 결국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거나 다를바없다 할 것이다.

분별없는 젊음의 열정이 곧 정의는 아니다. 지금 우리 대학사회엔 왜곡된 독선주의가 만연되어 있지않나 하는 걱정을 감추기가 어렵다. 제발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학을 대학생이 황폐화시키는 일은 하루 속히 소멸시켜야 한다. 그것은 대학인의 책임이다. 가당찮은 핑계를 끌어들이는 용렬한 생각은 결코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

대학을 마치 투쟁의 마당인양 착각하고 교수를 깔보며 모욕을 가하는 풍토가 있는 한 우리 대학의 오늘과 내일은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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