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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위기 「결혼대책위」/“건물비워라”요구에 시름만/(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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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위기 「결혼대책위」/“건물비워라”요구에 시름만/(등대)

입력
1990.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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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의 몸부림으로 농촌 총각 짝짓기 캠페인을 벌여 온 농촌총각 결혼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ㆍ39)가 대책없이 해체돼야할 운명에 처했다.지난해 6월24일 대전 가톨릭농민회관에서 결성된 대책위는 12월13일부터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37 전농련 사무실의 한귀퉁이를 무상으로 빌려 본격적인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건물주가 계약기간이 끝나는 4월초 두단체가 쓰고 있는 사무실을 사용하겠다며 비워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어렵사리 얻은 농촌 총각들의 「기지」를 잃게된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각 지역의 농촌총각 신상명세서가 적힌 안내전단과 위원회 입회원서를 들고 구로공단 등 처녀들이 있는곳이면 어디든지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쫓아다니며 프로포즈 해왔다

강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고향에서 쌀과 반찬을 갖고와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세면과 세탁은 1층에 있는 전민련사무실의 화장실을 이용해 왔다. 현재 회원수는 총각 3백여명,처녀 1백여명으로 초창기에 비해 엄청나게 늘고 있다. 그러나 1만원의 입회비를 낸 사람들은 여자의 경우 10%도 안되고 남자 회원도 2백여명에 불과해 간부들이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야 했다. 총각들은 책상 위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활발한 구혼작전을 전개, 지난 2월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반도유스호스텔과 의정부 YMCA 다락원캠프 등에서 맞선행사를 가져 농촌총각 10명이 현재 열애중이며 두쌍은 오는 가을에 결혼하기로 결정하는 등 고생한 흔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대책위는 매월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매주 「도시여성을 위한 농민교실」을 열어 처녀들을 초청,농촌의 건강과 진솔함을 도시처녀들에게 알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농촌을 지키려는 청년들의 순박한 꿈과 계획이 물거품이 될 형편에 이른 것이다.

강위원장과 간부들은 벽에 써 붙인 「농촌총각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격문을 바라보며 대책을 숙의했으나 허탈감뿐이었다.

극심한 이농현상으로 황폐화된 농촌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서울로 뛰어든 농촌총각들의 꿈이 무너지려하고 있다.【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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