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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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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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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추워지고서야(세한연후) 소나무와 잣나무 잎이 지지않는 것을 안다』는 것은 <논어> 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선비의 꿋꿋한 절개를 말할 때 흔히 인용되는 구절이다. 추사 김정희의 작품으로 국보인 「세한도」는 귀양살이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는 선비의 기개를 그린 것이다. 그가 이땅의 최남단 제주섬에 귀양가 있던 59세 때 작품이다. ◆남제주의 옛대정읍 성문밖에는 몇해전 김정희가 기거했던 초가가 복원돼 1백40여년전 그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조선왕조 5백년에 제주섬에서 귀양살이했던 사람들은 모두 1백50여명. 광해군이나 송시열 박영효같은 사람들이 끼어 있다. 말하자면 제주섬은 조선왕조때 1류급 지식인들이 거쳐간 곳이다. 게다가 제주섬의 자연은 언제나 경이로운 것이었다. ◆ <동국여지승람> 은 1년내내 초목과 벌레들이 죽지 않는 땅이라고 했다. 또 사람들은 돌로 담을 쌓는다고 기록했다. 이 제주섬이 이제는 거의 본토나 별다름없는 땅이 돼가고 있다. 개발에 밀려 자연과 독특한 문화가 무참히 파괴돼 가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섬전체를 하와이식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개발계획까지 나왔다. ◆문제는 서울에서도 심각하다.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당연히 보존됐어야 했던 문화유산들이 사라져갔다. 3ㆍ1운동의 현장이었던 기독교 태화관같은 건물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는 광화문앞에 세워진 옛날 내부청사가 헐렸다. 서울은 이미 6백년 고도라고 자랑하기엔 부끄러운 「신흥 도시」가 됐다. 다만 5대궁이 체면을 살려줄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서울시는 반대여론에 주춤했던 종묘앞 지하주차장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옛날 어정물이 마를 것이라는 걱정은 조사결과 괜찮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정의 물도 문제지만,조선왕조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종묘 코밑에 대규모 주차장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또 도심에 대규모 주차장을 만드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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