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오지ㆍ도심 구별없이 “묻어두자”/실명제 피하려 「고의 상속」/「증여 통한 이전」 새 기법도/공개념도 맥못춰… 획기적 대책 나와야투기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고속도로 주변이나 신시가지를 비롯한 개발지역 또는 강남의 인기 아파트나 상가ㆍ빌딩ㆍ오피스텔 등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부분적인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투기바람이 올들어서부터는 산간 오지의 임야나 전답 나대지 공장부지 서울 강북의 재래식 주택과 소형 빌딩 등 종류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라 전체를 영향권안에 넣으면서 태풍처럼 전국토를 휩쓸고 있다.
투자하는 사람들도 기업이나 증권시장의 큰 손,전문투기꾼들 뿐 아니라 크고 작은 금융자산 보유자들과 봉급생활자 가정주부들까지 나서 돈있는 사람이면 모두 부동산투기에 나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르는 값도 10∼20%,20∼30%가 아니라 1∼2년새 두배 세배로 턱없이 뛰어오르는 양상이다. 투자형태도 2∼3년 또는 4∼5년사이에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후를 내다보고 이른바 묻어두기식 투자를 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전국의 땅값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땅값이 안정돼 있던 서울 인사동의 경우 강남을 휩쓸던 투기의 태풍이 이곳에도 몰아닥쳐 2년전의 평당 3백∼5백만원에서 최근엔 1천2백∼1천5백만원으로 3배나 뛰어올랐고 좀체 땅값 변동이 있을 것 같지 않던 강원 경북 충북 전북일대 산골 오지의 임야도 웬만한 곳은 평당 1만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금까지 땅값을 선도해왔던 서울 강남지역도 계속 수직상승세를 보여 테헤란로 일대가 1년전 평당 2천만원 안팎에서 최근엔 4천만원씩으로 2배가 상승했다.
투기대열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여유자금이 있는 부유층만이 아니라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봉급생활자들까지 가세,10여명이 한팀이 돼 보너스나 적금을 타 모아 임야를 사는 예가 일상화되고 있다.
돈만 있으면 누구든 일차적으로 땅이나 건물,집 등 부동산을 사놓고 봐야 한다는 환물심리,인플레심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팽배해 투기가 인플레심리를 유발하고 인플레심리가 다시 투기를 더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임금상승과 함께 땅값상승이 전세ㆍ월세ㆍ임대료를 밀어 올리고 임대료 상승이 서비스요금과 인건비(임금)를 다시 끌어 올려 수없이 경고돼 왔던 물가→임금의 이른바 남미형 악순환이 구조적으로 정착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ㆍ14 경기부양책」이후 정부가 시중에 7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을 풀면서 경제를 회생시키려 했지만 제대로 효험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투기만 계속 번지게 된 것도 이미 경제구조가 남미형 악순환의 구조로 왜곡돼 가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아울러 올들어서 한단계 더 심각해지고 있는 투기열풍은 토지공개념법이 아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개념이 이미 허점투성이의 종이호랑이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9면에계속><1면에계속>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투기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땅값 안정이나 왜곡된 자금흐름의 개선차원을 넘어 획기적인 정책수단에 의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로개발 예정 주변 특히 심해/공개념 피한 상가건물도 “불티”
올들어서 새로운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투기바람은 도시 주변의 개발예정지나 산골짜기 오지 등 거리의 멀고 가까움에 상관없이,또 도시의 상가건물이나 아파트,달동네의 단칸방 등 부동산의 크기나 종류에 관계없이 태풍처럼 전국토를 휩쓸고 있다.
1평에 1억원이 넘는 땅,1평에 1천만원이 넘는 아파트가 생겨나는 등 부동산 가격이 충격적인 상승을 거듭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투기심리를 만연시키고 있다. 돈이 있는 데도 투기에 참여하지 않으면 일확천금의 기회를 놓치는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최근 투기바람의 중심권은 아파트 단지들을 한바퀴 돌아 전국의 개발예정지와 산골 오지까지 훑고 있다.
특히 임야는 정부의 금융실명제 추진 움직임과 관련,증권시장 등 금융권을 빠져나온 큰 손들이 돈을 묻어두는 최적의 대상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산골 오지의 임야중엔 세금을 낼 때 기준이 되는 과표가 실제거래 가격의 5%에 불과한 지역도 많아 새로운 투기 대상으로 떠오르며 투기의 러시현상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 오지의 임야 1백만평을 평당 7백원씩 7억원에 사더라도 과표는 평당 40∼5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작 4천만∼5천만원어치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멀리 내다보고 돈을 묻어두기에도 적격이고 상속ㆍ증여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때문에 몰리는 수요로 임야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해 젊은 샐러리맨들조차도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돈을 모아 산간오지를 찾아나서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국세청의 전국 부동산투기 일제조사에서는 강원도 삼척ㆍ강릉일대에서 기이한 형태의 투기적 거래가 새로 발견됐다. 임야를 타인에게 판 게 아니라 그저 증여한 사례가 2백건이나 있었던 것. 조사결과 이 일대는 토지거래 허가지역이어서 매매시엔 사용계획서나 취득이유 등을 반드시 밝혀야 하므로 아예 거래를 증여형식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매보다는 증여가 세율이 훨씬 무겁지만 과표가 워낙 낮으므로 세금부담이 별것 아니라고 보고 위장증여라는 신종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임야거래중에서도 금융실명제를 피하기 위한 덩치 큰 돈의 「묻어두기」는 명동이나 압구정동 등의 일부 무허가 부동산업자들에 의해서 은밀하게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부동산업계에는 알려져 있다.
개발예정지 중에선 지난 2월이후 일산 신도시개발,행주대교자유의다리간 자유로 건설 등 대단위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경기북부지역,성남,분당,대전 둔산,목포 대불 등 택지및 공업용지 개발사업지구 주변,중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등 각종 도로 개설예정구간의 땅값이 특히 많이 오르고 있다. 이 일대의 땅값은 지난해 가을과 비교해 거의가 2배씩 올랐다고 부동산업계는 밝히고 있다.
또 최근엔 개발예정지 주변의 전답을 사려면 주민등록을 옮겨야 하는 데다 전처럼 가등기도 여의치 않게 되고 공개념이다 실명제다 해서 나대지 보유등이 어렵게 되자 10억원 안팎의 상가건물로 수요가 크게 몰리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에는 4∼5층 정도의 건물끼리 서로 교환도 하고 기존건물을 팔고 새 건물을 사는 등 거래가 활발했으나 최근엔 가격이 크게 뛰면서 매물이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시중에 10억원 안팎의 뭉칫돈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마땅하게 투자대상이 될 부동산 매물이 없는 실정이다.
투기열풍의 결과로 지난해 전국의 땅값은 평균 30.56%(토개공 자료)가 올라 10년이래 최고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 1년짜리 정기예금 이자율 연 10%나 기껏해야 15% 가까이되는 고수익 금융상품의 연 수익률과 비교할 때 2∼3배가 넘는 수준이다. 더구나 금융상품의 이자율은 별 편차가 없는 데 반해 전국의 지가상승률은 지역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므로 투기로 돈을 잘 번 경우는 수백%의 차익을 챙기는 것도 손쉬운 일이다.
지난 한햇동안 땅값 상승으로 전국의 토지에서 발생한 이득은 84조6백82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토개공)되고 있다.
이중 65%인 54조6천4백44억원이 민유지 소유자의 상위5% 54만명이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의 토지자본 이득 규모는 지난해 GNP(국민총생산) 1백41조6백63억원의 59.6%. 토지에서 1년간 저절로 불어난 소득규모가 전국민이 1년간 땀흘려 번 돈의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땀흘려 일하는 것이 허무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사례다.
부동산업자들은 최근 『부동산엔 막차가 없다』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해 주가가 높을 때 상투를 잡고 주식을 구입,고전하는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하는 말이다.
개발예정지의 경우 루머가 돌 때 한번 오르고 계획이 발표되면 또 오르고 착공되면 다시 오르니 아직 늦지 않은 곳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재의 공개념,현재의 세제,지금까지와 같은 정부의 투기대응책 등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부동산업자들의 이런 장담이 사실일 수밖에 없게 될 공산이 크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