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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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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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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을 흔히 민중의 문화재,또는 생활의 슬기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속담엔 날카로운 세태 풍자가 많다. 그중에서 관권과 관계되는 것은 해학을 넘어 한을 비치기도 한다.「대감 죽은 데는 안 가도 대감 말 죽은 데는 간다」고 권력 무상과 인심을 비꼰다. 관권 부패의 실상을 이렇게 고발했다. 「등겨 먹던 개는 들키고 쌀 먹던 개는 안들킨다」 송사리만 혼나기는 예나 지금이 같다. ◆그러나 세상이 이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조선조 성종때 명신으로 손효순이란 분이 꼽힌다. 그는 자제들에게 늘 경계의 말을 하였다. 「우리집은 초야에서 일어났으니 대대로 전해내려온 옛 물건은 없다. 다만 청렴하고 결백한 것을 남겨 주면 만족한다」 후대에 남길 가장 귀중한 유산은 청렴과 결백뿐임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이만한 청백리는 수두룩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 공직자들의 청렴도는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는다. 그 속을 정확히 안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얼마전 외국신문에 한국 공무원의 부조리상이 소개되자,관계부처는 갑자기 펄쩍뛰며 자체조사를 하는 법석을 떨었다. 제발이 저렸던 탓인가. 옛날 일이란 게 밝혀지자 도리어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를 찔리고 분한 표정을 짓는 모양이 더 우습게 보인다. 청렴에 자신이 있으면 모략이나 허위쯤은 개 닭보듯 할 수 있지 않은가. 돌연스레 놀랄 까닭이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것 같다. 겉으로 그래본들 우리 공직사회가 무공해 상태라고 믿을 어리숙한 국민은 아마 없을 줄 안다. ◆정부는 「공직자 새 정신운동」을 새로 전개한다고 나섰다. 부정부패ㆍ허례허식을 추방한다는 것이다.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좀 아껴두는 게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거듭되는 캠페인보다는 정말 가시적 결과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훈수 하나만 해두자. 공직의 기강확립을 위한 첫째 요건은 인사의 공정이다. 돌려가며 해먹는 풍토에선 「새 정신」은 피어나기 어렵다. 청렴이란 나무는 인사공정의 자양을 먹고 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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