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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외교의 반성/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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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외교의 반성/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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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의 김영삼최고위원을 비롯한 소련방문단이 약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9일 귀국했다. 이 방문단은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규모도 컸고 소리 또한 대단했다. 그 규모나 소리에 민망하지 않게 성과 또한 크고 대단했다.김영삼­고르바초프 전격회담은 양국관계를 급진전시켜 국교수립은 이제 시간문제로 남게 되었고 노태우­고르바초프 양대통령간의 정상회담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큰 성과로 손꼽아야 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른 성과들도 많지만 모두가 「김­고」 회담결과에 집약되고 만다.

이러한 월척대어의 외교실적은 우리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꿈도 꿀수없었던 소련진출에 고속도로를 뚫은셈이 되었다. 그리고 소련의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얼마나 작용할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굳게 닫힌 북한의 철문을 여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소련방문 활동이 안보외교와 북방외교에 남긴 빛나는 공적을 높이 평가하는데 주저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것 같다.

그럼에도 한가닥 아쉬움이 남는것은 우리 정당외교가 아직 말끔하게 다듬어 지지 않았다는 인상 때문이다. 소련에 가기전부터도 그런 조짐이 있었지만 현지에 가서 보여준 활동은 서툴고 미숙한데가 많았다.

우선 정부의 공식외교 창구인 외무부와 방문단사이에 조율이 제대로 되지않았다. 그리고 방문단내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어난 혼선은 국제망신을 사기에 족했다.

김최고위원과 박철언정무장관은 떠나기전부터 동행이니 수행이니 하고 유치한 신경전을 벌이더니 모스크바에 가서는 극비리에 감쪽같이 해치워야 하는 대통령의 친서교환을 두고 공개적으로 티격태격하는 소동을 연출했다. 그것은 의전절차문제라 하더라도 영사관계와 대표부설치 수교등 기본문제에서 손발이 맞지않아 우왕좌왕한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리고 서로가 자기공적을 내세우려는듯 떠들석하게 생색을 내는것도 못마땅하게 보였다.

이러한 혼선과 미숙이 우리 국내에서 이처럼 민망하게 비쳤을 때 소련 사람들은 속으로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번 방문단의 활동이 직업외교관들의 그것처럼 깔끔하게 되지 못한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야당생활만 해온 김최고위원등이 특히 외교문제에 실질적인 경험이 없어 감각이 미숙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점을 북방 밀사외교 경험이 있는 박장관이 보완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쟁의식을 표면화 시킨것도 원인의 하나인것 같다.

외무부측과의 사전협의 부족은 앞으로 전개할 정당외교에서 반성해야 할 큰 문제이다.

방문단의 구성이 너무 방만했던 것도 문제이다. 합당에 따라 구성원을 정파별로 나누어 이사람 저사람 넣다가보니 유람단 비슷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 모든것은 작게보면 합당한지 얼마되지 않아 정부­민자당­민자당내 각정파가 아직 한덩어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크게보면 국내정치활동과 국제 외교 활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단견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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