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우리 경제가 기록한 6.7%의 실질성장률은 결코 실망할 정도의 낮은 것은 아니다. 비록 86년에서 88년까지 매해 12%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한 끝이기는 했어도 계속된 원화절상과 노사분규,높은 임금인상률을 감안한다면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나 문제는 그 내용에 있다.만약 6.7%의 성장을 제조업이 주도하고 수출이 뒷받침 했다면 총량개념에서 크게 걱정할 일이 되지 못하겠지만 성장률의 급격한 저하가 주로 제조업의 퇴조와 수출부진에 기인했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우리 경제에 고무적인 전망이란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구조적인 취약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음을 반영해주기 때문이다.
89년에 제조업은 3.7% 증가에 그쳤으며 수출은 4.0% 감소했다. 제조업의 성장 기여율은 88년의 39.6%에서 20.7%로 줄어들었고 GNP에 대한 수출의 기여도는 숫제 마이너스 1.7%포인트 떨어졌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수출과 제조업의 실태가 이러하니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작년도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지탱해준 것은 소비와 서비스부문 그리고 건설업 부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내수시장이 커져서 우리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꼭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것도 내용이 문제이다. 수출은 감축되었는데 수입이 14.3%나 늘어났으며 특히 사치성 수입품의 급증은 우리의 과소비 풍조를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 불요불급한 사치성 소비의 증가는 내수시장의 건전한 확대에 기여하기 보다 오히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하는 부의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민간소비 지출이 성장률을 3.1%포인트나 앞지르는 9.8% 증가를 나타낸거나 승용차ㆍVTR 등 내구소비재와 서비스부문을 중심한 소비가 급신장한 것은 우리의 소비성향이 건전치 못하다는 본보기라 할 것이다.
또 89년도의 총투자율 34.7%는 88년의 30.7%를 웃도는 것이긴 하나 그 대부분이 상업용및 주택건설투자와 시설자동화투자등에 몰린 것이었고 생산력제고를 위한 설비투자나 기술개발 투자등은 극히 부진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지난해의 급격한 성장률 하락이 앞으로 계속될 경기침체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요즘의 증시저조가 마치 금융실명제 하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처럼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증시의 급속한 냉각도 따지고 보면 경제전망에 대한 불투명과 경제정책수립자들에 대한 불신 그리고 그들의 경기회복 능력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의 팽배등이 보다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 같다.
임금상승률이 진정기미를 보이고 환율이 절하되는 추세임에도 제조업과 수출의 부진이 계속 되고 있으며 실명제유보가 정부ㆍ여당합의에 의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계속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경제당국자들은 조심성있게 주시해야 될 줄로 안다.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제조업의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고 수출을 촉진할 수 있는 정부의 경제종합대책이 하루빨리 선을 보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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