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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수교 유보/김영환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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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수교 유보/김영환 파리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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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럽의 신문들은 하루라도 독일통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싣지 않는 날이 없다. 그만큼 독일통일이 목전에 박두하는 현실이란 증거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한국의 주서독대사는 경질되었다.그런가 하면 최근 동독은 한국과의 수교의사를 표시했으며 우리측은 「현재 통독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는 점을 감안,독일이 통일될 때까지 동독과의 수교를 유보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동독과의 수교는 한시적일 망정 망설일 일이 아니다. 그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동ㆍ서독의 한민족 2국가 평화통일이 현대사에 드문 것이며 통일외교를 지향하는 우리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통독과정의 주도적 역할은 서독임에 틀림없으나 동독의 역할이 전무한 것도 아니며 통일 현상이 서독에서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양독은 경제ㆍ화폐동맹,사회통합,정치통합 등 각종 복잡한 절차를 예비하고 있다.

서독 혼자하는 통일이 아닌 이상,우리는 당연히 동독에서 진행중인 통일작업을 숙지함으로써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현재 이 순간에도 동독에선 일종의 통일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동독의 뒤늦은 대한 수교희망 속에는 국가수명을 연장하려는 외교목표가 있는지 모르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그러한 속셈이 아니다.

과거 공산주의가 지배이데올로기였던 국가와 민주국가의 통일에서 우리는 통일당하는 국가의 모습을 볼 것이며 그것은 북한이 우리에게 통일될 때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남북한과 양독의 단순비교는 무리일지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통일과정을 겪는 「또다른 반쪽」인 동독의 변화를 알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은 결코 되지 못한다.

서독의 반응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독처럼 분단의 고통을 오랫동안 앓아왔으며 동독과의 수교는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위한 것임을 서독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천하대세가 통독으로 기우는데 동독이 한국과 수교한다고 해서 그 흐름이 멈춰질 것인가. 망설이다가 시간 다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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