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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태평양전쟁 피해 보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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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태평양전쟁 피해 보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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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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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유족회 45년만에 대일 소송준비/“한일협정때 제대로 배려안해”/잇단 집회ㆍ캠페인… 새 현안으로태평양전쟁(2차대전)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일본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및 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를 서두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노태우대통령은 지난 2월 『재일동포 3세 법적지위문제와 함께 원폭피해자등에 대한 보상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방일계획을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전쟁피해보상 문제는 이미 한일 양국간의 외교적 현안문제로 대두됐다.

최근 노대통령의 방일이 5월24일로 잠정결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각 피해자 단체들은 한일 양국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연일 항의집회를 열면서 범국민적 관심 환기에 주력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회장 배해원)는 28일 부산에서 개최한 「전범자 일본을 국제재판에 회부하는 재판에 대한 설명회」를 끝으로 일본정부에 보낼 항의문 작성에 착수했다. 유족회는 27일 전주에서,26일에는 서울에서 같은 행사를 가졌는데 서울행사때는 회원 3백여명이 주한일본대사관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단체는 4월중 태평양전쟁 전사자유족 부상자등 10명을 선정,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소장을 만들어 일본 변호사에게 소송대행을 위임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3일 한국인 원폭피해보상촉구결의대회를 가진 한국원폭피해자협회(회장 신영수)도 일본변호사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피해보상청구소송을 추진중이다. 또 「사할린동포 법률구조를 위한 회」(회장 지익표변호사)도 오는 5월중 같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데 28일 내한한 「일본의 전후 책임을 생각하는 회」 사무국장 다카키ㆍ겐이치(고목건일) 변호사와 구체적인 절차를 협의중이다.

또한 군속으로 동남아지역 포로수용소의 포로감시원으로 끌려갔다가 BㆍC급 전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일본의 동진회(회장 문태복)도 또다시 일본정부에 보상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한국정부에 법적 견해를 묻는 청원서를 준비중이다.

이들이 일본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일본국민으로서 전쟁터나 군수 산업현장에 끌려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거나 부상한 데 대한 정당한 보상과 희생자 유골송환및 공식사죄이다.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 배해원회장은 28일 부산행사에서 『일본은 전쟁기간중 수백만명의 한국인을 전쟁터 또는 군수공장등에 끌고 갔으며 이 가운데 수십만명이 죽거나 부상케한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도 9천명도 채 못되는 전사자들에게 겨우 30만원씩을 지급한 것으로 보상책임이 끝났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끌려간 아버지의 생사를 몰라 사망신고도 못하고 유해마저 돌려받지 못해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고 있는 수백만 유가족들의 45년 고통을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고 오열했다. 회원들은 26일 주한일본대사관앞 시위때 『만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노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다면 김포공항으로 몰려가 활주로에 드러누워서라도 일본행을 저지하겠다』는 결의를 밝혔었다.

일본의 전쟁피해자보상문제는 공식적으로는 끝난 것으로 돼있다. 65년의 한일협정(재산및 청구권에 관한 협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71년5월21일부터 72년3월20일까지 10개월간 피해신고를 받아 피해보상및 재산권 배상을 끝낸 것이다. 그러나 무상 3억달러를 재원으로 한 이 보상은 대상자를 사망자에 국한한 데다 증빙서류 구비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보상금 수령자는 8천5백52명에 불과했다. 보상금은 일률적으로 30만원으로 제한돼 총 보상액은 25억6천5백60만원 밖에 안됐다.

부상을 당한 사람들과 전사통지서를 받지 못해 사망을 확인할 수 없는 무수한 행방불명자들의 유가족은 보상을 받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또 보상대상자를 1947년부터 65년6월22일까지 일본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자와 45년8월15일 이후에 발생한 피해자 등도 대상에서 제외시켜 재일동포들과 전범연루자등은 자격조차 박탈당했었다.

광복 45년의 해에 25년전의 한일협정효력을 전면부인하고 나선 피해자들의 집단행동과 법적투쟁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 것인지,새로운 외교현안의 귀추가 크게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문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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