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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사형」에서 보는 남과 북(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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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사형」에서 보는 남과 북(사설)

입력
199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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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여덟살. 그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한 인간으로서 꽃다운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미혼의 여성이라면 장미빛 꿈으로 가득 찬 소망의 시절이다.대법원은 27일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의 공동 정범으로 김현희 피고인의 사형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그에 대한 재판은 1백15명의 무고한 목숨을 이름모를 바다밑에 묻어버린 사건으로부터 2년4개월만에 공식재판 절차가 끝난 것이다.

재판은 끝났지만,그러나 이 사건만큼 복잡하게 그 정치적 의미와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도 드물 것이다. 우선 국내에서도 한쪽에서는 『진상을 밝혀라』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국가이익을 위해 그를 『사면해야 된다』는 입장도 있다. 또 그런가 하면 피해자 유가족들이 『사면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서 있다.

국제적으로도 사건당시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우방국들이 북한에 대해 테러의 주범으로서 정치ㆍ경제적 제재를 했었다. 그러나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러한 국제적 제재는 대부분 풀린 상태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의 개혁ㆍ개방과 냉전시대의 청산이 이러한 해금을 촉진한 것이다.

문제의 북한도 앞과 뒤가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공식적으로는 폭파사건이 우리측의 조작이라고 생떼를 쓰면서,또 한쪽으로는 저들이 저지른 짓임을 사실상 시인하고 있다.

북한이 폭파사건을 사실상 시인했다는 것은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미국 국무부의 전차관보 시거가 전한 사실이었다. 소위 조국평화통일위 위원장인 허담이 간접적으로 시인했다는 것이었다.

허담이 시인했건 안했건 사건이 북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을 새삼 문제삼는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한때 『진상을 밝혀라』는 식의 구호가 나돌았던 것을 따라서 가슴아프다고 할 수밖에 없다.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토분단을 유일한 디딤돌처럼 악용했던 역대 정권에게 이러한 「불신풍조」의 책임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비인간적인 광기가 아니고는 저지를 수 없는 여객기폭파가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저질러진 것임은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파괴활동이야말로 김일성체제를 유지시켜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다.

그 희생자가 바로 중동에서 땀을 흘린 뒤 부푼 꿈을 안고 고국으로 돌아오던 젊은이들을 주로 한 1백15명의 죽음이었다. 우리는 김현희피고인에 대한 재판종결에 새삼 이들 억울한 죽음을 다시 한번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게다가 세계가 화해와 탈냉전의 시대로 줄달음질치고 있는 이때 우리는 여객기폭파라는 테러사건을 되새겨야 하는 것을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또한 김일성체제의 도구로 끔찍스런 테러에 참여했던 스물여덟살의 김현희피고인에 대해 민족적 비극의 상징을 보게 된다.

김현희피고인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가이익을 위해 특별사면을 할 것이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부의 판단은 옳다고 본다.

그의 죽음은 누구보다도 김일성이 원할 것이다. 김일성 체제의 비인도적,반민족적 정체를 증언하는 것이 김현희가 해야 될 최대의 사명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의 결말을 보면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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