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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선택권/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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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선택권/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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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단추를 잘못 끼면 다른 단추도 잇달아 잘못 끼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대구서갑구 보궐선거의 정호용씨 사퇴파동에서 보게된다.정씨가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한지 두달만에 재출마한다는 것은 정치도의상 문제가 있다는 여론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이 출마를 고집한것 부터가 잘못이 었다. 정씨의 이런 고집을 꺾기 위한 민자당의 과잉대응 역시 결코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수는 없을 것이다.

합당의 심판이라는 의미부여는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정씨에 대한 위협용이 었지만 노태우 대통령의 권위를 결부시킨 것은 확전의 계기를 만든 결과가 되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의미 부여보다는 「합당후 처음 치르는 선거인 만큼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임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정도의 의미부여라면 정씨에 대한 사퇴 압력도 그렇게 집요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선거분위기도 그렇게 과열되지 않고 훨씬 부드러워 졌을 것이다.

민자당은 과중한 의미부여때문에 의원들을 대거 투입하는등 체중을 싣지 않을수 없었고 이러한 과잉대응은 정씨의 고집을 더욱 완강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결국 정씨는 적년말 의원직 사퇴에 이어 이번에는 후보사퇴라는 두번째 사퇴를 하게된 셈이지만 선거 분위기가 워낙 과열된뒤의 도중하차라 파문이 큰것은 두말할것도 없다.

처음부터 후보등록을 안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나 등록한뒤에도 좀더 일찍 사퇴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것은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후회를 어찌할 수 없기때문이다.

우습게 된것은 정씨뿐이 아니다. 대구의 유권자들이 더욱 우습게 되었다. 사퇴전 현지의 분위기는 정씨에 대한 지지 열기가 상당하다는게 거의 일치된 분석이었다. 정씨와 문희갑씨라는 동질의 두후보를 놓고 선택에 고민했던 사람들에게는 정씨 사퇴가 짐을 덜어준게 분명하지만 정씨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은 지금 허탈한 심정이다.

정씨와 문씨사이에서 한동안 고민했던 사람들은 「차라리 기권이라도 해야 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는데 이번에는 정씨지지자들중에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씨 지지표를 끌어당기기 위해 민자당은 민자당대로,야당은 야당대로 손을 쓰고 있지만 그들 유권자의 허탈한 마음을 달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투표를 불과 1주일 남짓 앞두고 유권자의 선택권을 빼앗아버린 사퇴파동이 국민들에게 정치혐오증이나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리하게 사퇴압력을 넣은쪽이나 자의든 타의든 출마를 포기한 정씨의 태도는 정치판에 대한 실망을 또한번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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