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씨 결단” 추켜세우기… 벌써 승리장담도/백 「사퇴압력」 집중 비판 반발표 지지 큰 기대/김 민자ㆍ민주 싸잡아 비난… 야권 단일화 일축○…정호용씨의 후보직 사퇴에 따른 충격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으면서 대구서갑구 보궐선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씨사퇴」가 몰고온 후유증이 당장에 없어지진 않겠지만 각 후보진영은 정씨의 후보사퇴를 계기로 새로운 득표전략을 세우고 표계산을 하면서 활로찾기에 분주하다.
또 지금까지 정씨편에 서왔던 지지자들도 서서히 체념의 빛을 보여가는등 선거종반전은 오히려 과열분위기를 일소한 채 평온한 공기속에서 치러질 것이라는 게 이곳의 기대섞인 관측이다.
○…따라서 정씨사퇴이후의 최대관심사는 정씨측이 움켜잡고 있던 부동표의 향배.
우선 민자당의 문희갑후보나 정씨에게 쏠렸던 지지도는 「여권성향」을 그 기본토대로 하고 있었다는 공통점을 고려할 때 이중 상당수가 문후보에게 기울 수 있으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와 마찬가지로 정씨의 사퇴는 현 여권의 압력에 못이긴 결과라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어서 이에따른 반발심리가 다른 후보에게 의외의 반사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민자당과 민주당(가칭)은 양자 공히 정씨의 「고정표」를 자기쪽으로 끌어낼 수 있는 복안수립에 우선 골몰하고 있다.
민자당의 문후보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이제 감정의 문제와 이성의 문제를 놓고 유권자들이 선택할 때가 온 것 같다』면서 『대구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감안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의 현실과 정치상황을 염두에 둔 현명한 이성적 판단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해 정씨사퇴에 따른 반전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관해 백후보진영은 정씨사퇴문제를 선거쟁점화하면서 사랑방좌담회등을 통해 「노대통령의 선거개입」 「3당합당이 빚은 절대권력화의 결과」라는 주장으로 후보사퇴 강요에 대한 비판에 치중,정씨사퇴에 따른 반발여론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민자당측은 그러나 정씨의 사퇴를 「대국적 용단」으로 표현하면서 벌써부터 당연한 문후보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와함께 문후보측은 정씨사퇴이후 기존의 홍보논리를 즉각변환,「여야대결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즉 여태까지는 정씨의 존재를 의식,「대통령의 통치반」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는 게 고작이었으나 지금부터는 「안정과 혼란」의 선택이라는 여당의 고정메뉴를 제대로 슬로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후보진영은 이에따라 정씨 지지세력의 흡수에 최대역점을 두고 이들을 무마하기 위한 설득작업에 착수했는데 당장 이날부터 민자당 참여를 희망해오는 정씨 지지자들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매일 1천명씩 실시해왔던 당원교육및 당원들에게 발송하던 문후보의 편지내용,사랑방좌담회에서의 홍보논리 모두를 수정 보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투표구별로 활동중인 현역의원등도 조직정비가 끝나는 대로 철수시킨다는 방침.
○…민주당은 지난 24일의 첫 유세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정씨사퇴에 따른 반작용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백후보측은 기존 고정표를 2만여표정도로 추산,여기에 대략 정씨 반발표 1만여표를 흡수하고,바람까지 등에 업을 경우 25∼30%의 부동표를 끌어당겨 승기를 잡는다는 전략.
이에따라 민주당측은 이기택위원장을 비롯한 소속의원들을 일선에 포진,현 여권의 사퇴압력을 집중 비난함으로써 서갑구 유권자들의 「자존심」의 충동을 유도하고 있다.
백후보측은 이밖에 재야의 김현근후보와 접촉,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도를 벌일 복안도 갖고 있으나 김후보측은 이를 완강히 거부.
○…이에대해 김후보측은 『백후보가 자칭 4ㆍ19와 6ㆍ3학생시위의 주역이라고 주장하지만 백씨는 실상 구공화당 정권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던 보안사 요원이었다』고 주장,후보단일화를 위한 타협움직임을 일축하고 있다.
김후보측은 또 정씨사퇴문제에 대해서는 『문후보의 당선을 위해 정부ㆍ야당이 사전계획한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민자ㆍ민주당을 싸잡아 비난.
○…여야대결로 전환한 대구보선의 당락의 결과는 일단 접어두고라도 지난 13대총선때보다 기권표와 무효표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공통된 관측.
지금까지의 선거진행과정을 통해 이곳 유권자들은 「정치적 일탈심리」를 갖게 됐을 수 있으며 정씨에 대한 동정도 여전히 작용돼 기권율이 13대총선의 23%를 웃돌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투표용지에 「정호용」을 적어넣는 등 무효표도 지난 총선의 2천6백92표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의 후보사퇴에 따라 각 진영은 지난 13대총선에서 정씨가 기록한 5만2천여표의 이동방향을 분석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이 지역의 유권자수는 총 13만2천1백51명으로 20∼30대가 65%를 차지하고 있으며 24개 아파트단지 유권자도 2만5천명으로 늘어나 새 변수.
현지의 한 선거전문가는 지난 13대총선 득표결과가 정씨의 5만2천표외에 백후보 2만2천,서훈후보(구민주) 1만9천표였음을 지적,『민자당의 정씨에 대한 사퇴압력이 낳은 여론악화를 감안할 때 정씨 지지표의 산표정도가 관건』이라며 『현재의 분위기대로라면 그중 반정도가 여권을 이탈해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관측.
그는 그러나 『당시 정씨 지지표가 여성향인 점을 감안할 때 이탈표가 모두 야당쪽으로 갈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라고 덧붙여 투표율의 저하를 예상하기도.
그는 이어 『13대 당시 구민주가 얻은 1만9천여표는 이 지역의 부동의 야성향표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여기에 백후보의 만만치 않은 개인적 기반을 감안할 때 일단 백후보측의 상황이 개선된 것만은 사실』이라고 분석.【대구=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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