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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의 지식인/강병태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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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의 지식인/강병태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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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된 동구 각국에서 작가ㆍ음악가ㆍ학자 등의 정치 문외한들이 잇달아 총리­대통령 등 최고지도자로 부상,특기할 만한 정치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지난해 폴란드 자유노조의 기관지 편집장 마조비에츠키가 동구권 최초의 비공산정부총리로 선출된 데 이어 체코에서는 극작가인 바츨라프ㆍ하벨이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얼마전 동독 총선에서 승리,집권을 앞둔 우파연합의 로타르ㆍ드메지에르 기민당수는 비올라 연주가다. 가장 최근에는 25일의 헝가리 총선에서 의학 사학자인 요제프ㆍ안탈이 이끄는 민주포럼이 제1당으로 부상,역시 집권이 확실해졌다.

이들 동구 4개국뿐 아니라 소련의 개혁선도 공화국 리투아니아에서도 지난달 피아니스트인 란츠베르기스가 국가원수인 최고회의의장에 선출됐다.

결코 우연한 일치로 볼 수 없는 이같은 현상에 대한 해석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선 쉽게는 공산주의를 포기한 이들 나라의 기성정치인은 모두가 공산당 관료들이니 국민들이 반체제적 지식인들을 새로운 지도자로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을 해석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소련을 비롯한 역사적 변혁의 동인인 페레스트로이카가 「지식인의 반란」으로 규정되고 있음을 상기하는 것이 유용할 듯하다.

예술활동과 역사해석에서부터 경제정책과 권력운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장악했던 공산당 독재체제를 타파하고자 하는 페레스트로이카는 이런 의미에서 자유와 진실을 최고의 이념으로 삼는 지적 전통의 회복운동이다. 「페레스트로이카 시대는 지식인의 시대」라는 규정이 이를 상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중사회화한 동구 각국의 민중들이 어째서 「지식인의 반란」 대열에 동참,그들을 새로운 지도자로 추대하고 있는가 하는것이다. 그것은 스탈린주의의 완강한 통제아래서 이들 동구권의 지식인들이 서방 선진사회에서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종교적 진실성과 고전적인 투명한 정신세계를 간직해온 것이 근본배경으로 풀이 되고 있다. 즉,「인민의 이익」을 내세워 갖가지 악덕과 음모,부패에 젖어온 공산당 관료들을 배척한 민중들은 이제 진실하고 투명한 정치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새로운 정치 이념의 대두로까지 해석되고 있는 이 동구권의 정치현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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