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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최고회의 의장 란츠베르기스(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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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최고회의 의장 란츠베르기스(뉴스메이커)

입력
199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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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소독립” 잇단 공세 주도… 피아니스트 출신의 온건파 리더/독립선포는 협상분위기 조성 포석지난 11일 일방적인 독립선언으로 기세를 올리는 듯 하던 소 리투아니아 공화국의 독립열기는 결국 소련의 단호한 압력앞에 진정되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탈소독립을 위한 각종 공세를 주도해 왔던 리투아니아 최고회의 의장 비타우타스ㆍ란츠베르기스(57)가 24일 소련군 지휘부와 대화에 나선 것 부터가 리투아니아측의 수세전환을 상징한다.

이같은 상황반전은 사실 란츠베르기스 등 리투아니아의 개혁독립운동 세력들 자신도 예정했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국민직선에 의한 의회구성과 개혁운동조직 사유디스(SAJUDIS)의 의회 장악을 계기로 공식독립선언을 감행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징적 제스처에 그친다고 할 수 있다. 「소련과의 조용한 합의이혼과 경제관계유지」가 이들 스스로 설정해 온 투쟁목표였다. 따라서 이들은 독립선언이란 선제공세로 소련측의 적극대응을 촉구한 것이나 다름없으며,소련측의 군동원ㆍ비상포고령선포 등 강경조치도 대화분위기조성을 위한 포석이었던 셈이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사태진전을 극한 대결양상으로 분석,비극적 충돌사태의 가능성 마저 배제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당초부터 리투아니아와 소련 연방정부간에는 극한 대결의지나 대결수단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모스크바측은 리투아니아의 사유디스를 다양한 민족주의 개혁운동세력중 가장 온건한 개혁운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급진개혁파들은 사유디스를 「페레스트로이카의 선도그룹」으로 지칭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의 독립요구는 기본적으로 「탈공산자치」의 주장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리투아니아인들 스스로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걸 태세는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리투아니아는 이미 15세기말 이후 독립국가로서의 존립능력을 상실,열강의 지배와 좌ㆍ우 이데올로기의 틈바구니에 끼여 생존해 온 쇠퇴한 나라다. 따라서 리투아니아인들이 17세기 이래의 소련과의 연계를 끊기위해 극한대결을 감행할 것을 상정하는 것 부터가 무리다. 최소한의 무력수단도 없고,민중이 항전에 나서기엔 이들의 경제상황이나 소련의 지배가 그렇게 가혹하지 않다는 한계를 갖고있다.

란츠베르기스 최고회의 의장은 이같은 여건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지배계층내 온건세력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피아니스트겸 작곡가인 그는 구공산당과 탈소독립을 선언한 리투아니아 공산당간에 소유권 다툼을 벌여온 공산당 건물들을 소련군이 장악한 상황에서 분쟁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그의 입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리투아니아 최고회의가 「비상사태」에 대비,유명무실한 워싱터주재 대리대사에게 전권을 위임키로 결의한 것도 리투아니아의 독립투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은 이미 리투아니아가 실질적 통치력을 확보하기 전에는 공식승인을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결국 리투아니아 문제는 돌발사태가 없는 한 고르바초프가 설정한 테두리 안에서 독립의 실질적 내용을 협상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강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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