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내구… 구체 내용은 함구/정후보 지지자들 고함ㆍ통곡ㆍ실신까지/문후보측선 “이제 다시 시작” 새 전략 착수▷면담과정◁
○사무실 나타나 확인
○…대구서구갑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단순한 보선을 전국적 관심사로 부상시킨 한쪽 장본인인 정호용씨가 사실상 후보사퇴의사를 밝힌 25일의 정후보 선거사무실은 뜻밖의 일에 아연 놀라면서도 허탈한 분위기.
정씨의 후보사퇴는 이날 아침 정씨가 부인 김숙환씨와 함께 24일 밤 하오 5시께 서울로 올라가 밤늦게 노태우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이 흘러나오기 시작해 25일 낮 12시47분께 정씨가 대구 사무실에 나타나면서 사실로 확인.
○보좌관이 상경 밝혀
○…당초 정씨의 후보사퇴 가능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5일 상오 10시30분께 정씨의 현역의원시절 보좌관인 강희상씨가 선거사무실에 몰려있는 기자들에게 찾아와 『정후보가 어제 하오 5시께 서울로 올라갔다』고 밝히면서부터.
23일 자정까지 활발한 득표활동을 벌여온 정씨가 24일에는 25일의 첫 합동유세에 대비,연설원고를 정리하고 연설 스타일을 가다듬는다는 이유로 공개적 득표활동을 벌이지 않자 주변에서는 사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기도 했으나 『단 2표만 나오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던 정씨의 전날 호언때문에 별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강 보좌관이 정씨의 상경 사실을 이례적으로 밝히면서 『오늘있을 유세에 참석할지 여부도 장담 못하겠다』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술렁이기 시작.
강씨는 『24일 하오 5시께 정후보가 부인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상경했다』며 『서울에 간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만 언급.
그러나 정씨의 다른 측근들은 『24일 하오 청와대에서 급히 만나자는 전갈이 있었던 것 같다』며 『신현확 전총리가 이틀전 대구에 와 정후보에게 사퇴를 설득했으나 정씨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
이 측근은 이어 『1시간30분후인 낮 12시께 정후보가 대구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주위에선 『정씨가 결국 후보를 사퇴하게 되는가보다』는 관측이 일기 시작.
○정후보 경직된 표정
○…정씨는 24일 밤 청와대에서 노대통령을 만난 후 서울집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승용차편으로 대구로 출발,서울과 대구의 중간 지점인 금강유원지에서 1박. 정씨는 25일 상오 10시40분께 선거사무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서울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도중 대전부근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 12시 조금넘어 도착할 것 같다. 그때 얘기를 하겠다』고 전했고 이때부터 측근들과 보도진들은 정씨의 도착을 기다리며 사태가 대체적으로 후보사퇴쪽으로 모아지고 있음을 확실히 감지하기 시작.
정씨는 이날 낮 12시47분께 선거사무실에 부인 김씨와 함께 승용차편으로 도착,곧바로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가 조직간부들과 문을 걸어 잠그고 대책을 숙의했으며 부인 김씨는 조금 뒤늦게 들어와 옆문을 통해 회의에 참가.
이날 정씨는 도착할 때부터 시종 경직된 표정이었고 부인 김씨도 고개를 떨구는등 착잡한 빛이 역력했는데 얼마후 김씨는 사무실을 빠져 나가면서 흐느끼기도.
○밤 9시 이후에 면담
○…노대통령과 정씨의 청와대회동 내용과 절차등에 관해서는 양측이 모두 「만난 사실」만 확인할 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씨측근들에 의하면 정씨는 부인 김씨와 함께 24일 밤 하오 5시께 승용차편으로 서울로 올라가 밤 9시이후 청와대에서 노대통령부부를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부부가 청와대에 도착하자 노대통령은 정씨와,대통령부인 김옥숙여사는 정씨의 부인 김씨와 별도로 만나 사퇴얘기를 주고받은 데 이어 네사람이 다시 자리를 함께하며 여러가지 사정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씨측근들은 이날의 심야 청와대 면담에서 노대통령은 정씨에게 후보사퇴에 따른 명예로운 보상방안을 제시하면서 대승적 견지에서 선택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측근들은 또 지난 15일 정씨가 노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후보사퇴의사를 굳혔으나 부인 김씨의 자살기도 사건으로 마음을 출마쪽으로 돌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지표정◁
○경찰 출동 몸싸움 제지
○…평리동 농협2층의 사무실에는 지지자및 선거운동원 50여명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못한 채 사후대책을 의논하는 모습들.
한 열성지지자는 사무실 집기를 내던지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민자당에 대한 욕설을 퍼붓는가하면 여직원 한명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열성지지자인 김안나씨(28ㆍ여)는 끝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정씨가 떠난 직후 이를 따라 붙으려는 기자들을 지지자들이 몸으로 극력제지하는 바람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는등 또 한차례 소동. 몸싸움이 계속되자 경찰병력 1개 중대가 출동,분위기를 수습했고 이후 사무실 주변에는 줄곧 전경들이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
정씨가 사실상 후보를 사퇴했다는 얘기가 퍼지자 사무실에는 이를 확인하려는 문의전화가 쇄도.
한편 정씨진영의 선거사무총책을 맡아온 조용목 사무국장은 정씨가 사무실을 떠난 이후 눈시울을 붉히며 『모든 게 끝났다』고 말해 사실상 정씨가 후보사퇴결정을 굳혔음을 확인.
한편 정씨측은 지지자들의 완강한 반발을 우려,26일 상오로 예정된 정씨의 기자회견을 연기하거나 성명서등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한 관계자가 전언.
○“민주후보 공략 초점”
○…민자당은 유세가 끝난 뒤 곧바로 당 사무실에서 문희갑 후보를 참석시킨 가운데 향후 대책을 논의. 이 자리에는 박준병 총장을 비롯,지원차 내려온 7∼8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는데 정씨의 후보사퇴를 기정사실로 보고 선거운동 방침의 변경문제에 대해 집중협의,일단 26일 정후보가 공식적으로 사퇴를 표명한 후 방침을 정하기로 결정. 그러나 한 참석자는 『앞으로는 기존의 정씨 조직을 흡수하고 야당출신의원을 내세워 백후보에 대한 공략에 초점을 맞춰야 될 것 같다』고 귀뜀.
이와관련,박총장은 『이제 다시 시작해야겠다』라며 새 전략 수립에 착수할 뜻을 시사.
박총장은 이어 『정씨는 대구인근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항간에는 기관원이 정씨와 가족들을 감금해놓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돌고있어 조속히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
◎대구 첫 유세장 2만 인파 몰려/정후보 불참하자 “정호용” 연호/사퇴설에 일부선 “놀리는 거냐”
▷유세현장◁
○주변도로까지 메워
○…25일 하오 서구 평리동 서도국교에서 열린 첫 유세는 2만여명의 인파가 주변도로까지 완전히 메워 이번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
유세시작 4시간전인 상오 10시께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하오 1시께는 운동장은 물론 학교담ㆍ가로수ㆍ인근상가 옥상과 도로변 자전거ㆍ오토바이까지 가득 들어서 후보들의 연설을 경청.
○청중열기도 떨어져
○…그러나 사실상 후보를 사퇴한 무소속의 정호용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민자당의 문희갑후보 민주당의 백승홍후보 무소속의 김현근후보가 서로 지지를 호소했지만 정씨가 빠진 탓인지 약간의 해프닝외에는 열기가 떨어지는 분위기.
이날 유세를 지켜보기 위해 운집한 군중들은 하오 2시의 연설순서 추첨에서 정씨가 불참하면서 다소 술렁거리기 시작.
민주당 백승홍후보의 연설도중인 하오 3시께 정후보의 운동원인 20대청년1명이 연단으로 뛰어올라가 「정호용 찾아주세요」라고 쓴 백지를 펼쳐보이며 『정호용』을 연호하다 경찰에 의해 끌어내려지는 바람에 유세가 5분여간 중단.
○시민들 반응 엇갈려
○…정후보의 불참으로 우의형 대구서구갑 지역선관위원장이 대리추첨,당초 정후보의 연설은 김현근후보에 이어 4번째로 예정돼 있었다. 선관위측은 정후보의 사퇴의사 간접표명에 대해 『본인이 직접 선관위에 나와 사퇴서를 제출해야하며 유세에 불참한 것만으로 사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해 사퇴에 필요한 후속 법적 절차를 강조.
이날 문후보가 첫번째로 연설을 마친 이후에도 박준병민자당총장,김중권선거대책본부장,장경우사무부총장,이긍규의원등은 백후보의 연설을 끝가지 남아 경청하며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
이날 정부호의 유세장 불참이 확인되고 사퇴설이 유포되자 청중들은 대체로 두가지 반응.
일부는 『사퇴하려면 처음에 하지 지금와서 시민을 놀리는 거냐』며 흥분하는 반면에 상당수는 『오죽 탄압이 심했으면 그랬겠느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며 격렬한 반감을 표시.
청중들 대부분은 만약 정후보가 이날의 불참에도 불구,선거운동을 계속할 경우 이전의 부인 김숙환씨의 자살사건등과 함께 동정표를 얻어 압승할 것이라며 성급한 추측.
○문후보 경제정책 공약
○…이날 첫번째 연사로 나온 민자당 문희갑후보는 경제관료 출신답게 주로 경제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집중 제시.
문후보는 ▲증권시장 육성 ▲소형 주택건설 ▲대구지하철 4조원 지원 ▲위생처리장 건설 ▲장기저리주택 구입자금 지원등 굵직한 공약을 잇달아 제시.
문후보는 공약을 제시할 때마다 야유와 구호가 자주 터져 나오자 『이번 선거는 3당통합을 심판받을 수 있는 주요 선거이며 더이상 혼란속에서 역사를 정체시킬 수 없다』며 이번 선거의 의미를 새롭게 강조.
두번째 등단한 민주당 백승홍후보는 주로 현정권의 정책실패를 집중적으로 비난.
백후보는 『살인ㆍ강도ㆍ강간 등 사회악이 만연돼 있고 전세값 폭등으로 살 수조차 없는등 사회ㆍ경제적으로 엄청난 혼란상태』라며 『문후보는 이러한 경제파탄을 불러온 직ㆍ간접 책임을 지고 있다』고 비난.
이어 등단한 무소속의 김현근후보는 대학졸업후 인천에서 노동자 생활을 한 자신의 경력을 소개한 뒤 주로 노동자들의 권익옹호주장등으로 일관.
○사퇴얘기하다 봉변
○…유세장의 흥분과 열기에 비해 대부분 청중들은 선관위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는등 불법운동이나 별다른 소란행위등은 없었다.
단지 무소속 김현근후보측 지지자들인 대구지역 대학생 2백여명이 연단 맨앞줄에 앉아 선관위측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구호와 노래를 계속해 다소 빈축을 사기도.
낮 12시40분께는 60대여자 2명이 『정호용후보가 사퇴했다는 이야기를 방송에서 들었다』고 얘기하고 다니다 흥분한 정씨 후보측 운동원들에게 잡혀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 『민자당에서 얼마를 받았느냐』고 추궁당하는등 한때 곤욕을 치르기도.
이날 유세장에는 민자당측에서 인원을 대거 동원,분위기 제압을 시도.
낮 1시께 평리2동의 모 통장은 유세장주변에서 동원예정주민들을 확인하는등 각통ㆍ반별로 조직적 인원동원에 나선 인상.【대구=이준희ㆍ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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