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갑구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정호용후보가 사퇴하리라는 소식은 충격에 앞서 우선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것은 사퇴에 이르는 경위야 어떻든 그것이 한낱 보궐선거이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총집중됐다고 할 만큼 그 선거의 추이가 지대한 관심사였기 때문이다.사퇴에 대한 정씨 자신의 설명과 심경을 직접 들어야 하겠지만 우리는 먼저 정씨가 두차례나 사퇴라는 소용돌이에 휩쓸려야 하는 인간적인 시련에 연민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가 출마의사를 밝혔을때 그의 출마를 법적으로는 막을 길이 없으나 광주사태에 대한 도의적 내지 상징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점을 밝힌 바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에 근거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마 이후에 일어난 여러가지 양상은 이런 상식적인 생각이나 통념들을 적지않게 흔드는 것들이었다.
거대여당이 총동원된 것 같은 분위기 밑에서 동책이란 희한한 용어에,정씨에 대한 기관원의 미행설,후원자들에 대한 압력설,끝내는 부인의 자살미수 소동등 선거전이 마치 거대여당대 이에 맞서는 세력간의 대결 양상으로 발전된 것이 사실이며 이것이 새로운 정치의 모습,달라진 정치구조하에서 더이상 구태의 선거양상을 보기 원하지 않았던 많은 국민을 우려케 했으며 대구를 더욱 지켜보지 않을 수 없게 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내 아내와 나의 단 두표가 나와도 출마하겠다』던 정씨가 어떤 경위와 어떤 동기로 출마포기를 시사하게 됐는지는 알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과정에 개인적인 회한과 고통이 깔려있음을 충분히 짐작하면서도 그의 사퇴는 결과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그의 당락 가능성과 전혀 무관하다. 사실 그간의 여러 관측들은 정씨의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오기도 했었다.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해야 하는 가장 앞서는 이유는 우리가 당초에 밝혔던 입장,즉 비록 타의였다 하더라도 그의 사퇴엔 광주사태에 대한 책임이 걸려져 있었으며 그의 사퇴로 「5공청산」이란 절차를 매듭짓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말 쫓기는 듯 「처리하고」 넘어간 5공청산은 그 청산의 방식이나 내용에 국민이 동의했던 것이 아니라 이제 과거가 아닌 미래,어제가 아닌 내일을 위해 개인도 나라도 힘을 쏟자는 국민적 양해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었다.
이런 인과등은 그가 사퇴에 이를수 있는 측면을 설명해주리라고 본다.
물론 그같은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해서 그가 영영 정계에 복귀하지도,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사회에는 상식이 통해야 하듯이 사물은 납득할 만한 상황이 전제되어 있을때 무리없이 굴러가게 되어있는 것이다.
정씨의 사퇴설을 들으면서 우리가 지적하지 않을수 없는 또 다른 것은 이른바 거대여당의 정치력과 정치상황에 대한 대응 자세이다. 정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것처럼 근원적으로 구민정당 사람이다.
그의 의원직 사퇴 논란때부터 많은 곡절을 겪었지만 일단 사퇴를 수락하게 한 이상 그에게 사퇴의 의미를 지킬수 있는 여건과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전적으로 거대여당의 책임이요 능력이었다.
그가 무소속으로라도 출마를 결심하지 않으면 안되겠끔 된 설득력의 부족도 그렇고 그러자 노대통령의 최측근인 문희갑씨를 맞세워 이전투구 양상을 만든 것은 정씨의 사퇴여부와 관계없이 신여당의 새로운 선거분위기ㆍ신사고정치 의지를 의심케할 정도였다는데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었으며 이것이 대구를 단순한 보궐선거장 이상의 국민적 감정의 대결장으로 만든 요인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이제 보궐선거 자체보다 정씨의 사퇴,그리고 그후 거여내부의 동향이다. 국회의 3분의2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여의 불협화나 내부갈등이 혹 이 사태로 인해 심화된다면 국정에 여간 큰 장애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씨가 사퇴에까지 이르게 된 경위는 소상히,설득력있게 밝혀져야 하며 거여내부의 동향이 지금 국민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음을 자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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