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교ㆍ문화ㆍ학술ㆍ체육ㆍ경제 등 각 분야의 관계단체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북한인사의 초청ㆍ방문ㆍ교류 등의 대북 제의를 쏟아놓고 있다.남북의 화해를 위해서라면 바늘구멍 만한 가능성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오랜 대북자세의 기본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그 초청이나 제의가 상대방의 상황이나 의향타진등 필요한 단계들을 너무나 도외시한채 양적인 공세만으로 우리의 화해열의를 표현하려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것은 단체건 개인이건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이 정부의 지시에 의해 통제되어 있다는 북한사회의 구조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지금의 남북대화의 단절상황,문익환목사ㆍ서경원의원 등을 불러들였던 경위 등에서 엿볼 수 있는 북한의 대남접촉의 전략등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자제될 수 있는 것들이며 또 그 실현성도 점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간 보도된 대북제의의 내용들은 한결같이 푸짐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는 10월 청주서 열리는 제71회 전국체육대회를 비롯하여 문화ㆍ종교ㆍ체육의 중요한 행사 때마다 북한의 대표를 초청하고 학술공동연구작업,남북학자및 대학생교류,연극교류공연,남북작가의 공동작품집 발간 등을 하며 백두산과 금강산에 남한 신도들의 헌금으로 평화통일기원기도원을 짓고 북한소재 사찰의 복원ㆍ보수사업을 지원하는 등 일일이 헤아리기 조차 어렵다.
대북 제의대로였다면 이미 많은 북한의 종교인ㆍ체육인이 서울을 다녀가야 했을 텐데 판문점을 통해 그나마 열려 있던 대화의 채널이 금년 들어 닫혀버렸고 한때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가 했던 남북단일팀구성 교섭도 결렬되고 만 것은 중구난방식의 대북제의가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더구나 이런 제의나 초청들이 남들이 하니까 지지않을세라 하는 경쟁심이나 무언가 기발한 폭탄선언을 하여야만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인상마저 받을 때도 있어 더욱 문제인 것 같다.
분단의 상황이 각박하고 이산의 기간이 오래였던 만큼 화해의 염원 또한 간절하고 뜨겁기만 할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우리의 제의나 초청은 실현을 위해 좀더 심사숙고되고 상대방의 형편을 감안한 진지한 것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좀더 많은 정보와 판단을 할애해 각종단체나 개인의 대북접촉을 실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