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당사는 숱한 수난,이합집산의 과정은 있었지만 그 속에서 꾸준한 발전도 이룩해왔다. 더구나 민의나 민주가 정치의 요체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선 정치세력의 정당화는 어쩌면 필수불가결의 요소일는지도 모른다.그런 점에서 얼마전 재야의 일부세력과 각계 지식인들이 재야세력의 정당조직을 목표로 「민중의 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연합추진위원회」(약칭민연추)의 결성을 제안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진작부터 재야세력의 현실정치참여,정당의 조직화를 역설해온 우리로서는 민연추의 결성제안은 국민적 요구와 시대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발전적 움직임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사실 6ㆍ29선언,특히 6공화국출범 이후 이들 재야세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들이 장차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모아져 왔다. 종래와 같이 정치권력,제도권정치 전반에 대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만을 견지할 것인가,아니면 새시대를 맞아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사실인정과 비판이라는 유연한 자세로 탈바꿈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재야세력 내부에서는 정당결성 문제를 싸고 상당한 진통과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작년 가을이래 재야세력의 결집체인 전민련은 정당조직파와 현상고수파로 갈리어 격심한 노선논쟁을 벌여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참여파는 현재의 모든 제도권 정당을 보수정당으로 규정,이른바 민중의 이익신장과 민주화성취를 위해서는 정치에 참여,개혁을 관철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현상고수파는 인위적인 보혁구도는 거대여당의 전략에 말려 들러리역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데다 자금과 인물등의 부족으로 앞으로의 선거에서 패배,설자리를 잃게 되므로 제도권 밖에서 사회운동을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는 논리로 맞선 것이다.
재야의 정치참여가 결과적으로 현실이라면 내세우는 「민중과 민주」라는 목표도 언제나 현실에 접착되고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아무리 훌륭한 투쟁목표라 해도 국민을 설득하고 인식시키지 못하면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더구나 정당조직을 눈앞에 둔 지금 앞으로 재야가 지키고 반드시 수용했으면 하는 몇가지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는 현실인식과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동구의 대변혁과 세계적 화해물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화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둘째 재야를 보는 국민의 눈과 인식을 바꿔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재야하면 곧 무조건 반대와 투쟁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이제는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셋째 재야만이 선이고 제도권등 나머지 세력들은 모두 나쁘고 악이라는 고정관념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한과 적대감정 무작정 반대라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재야는 언제나 한계 속의 존재로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전민련의 정치 참여파가 주축이 된 민연추제안에는 학계 법조계 등 지식인들의 참여로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재야세력의 독자적 정당조직이냐 아니면 기성야당과의 통합이냐도 신중하게 걸러야 할 문제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건전한 재야세력의 정치참여로 제도권 정치에 참신한 자극제 역할도 기대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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