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관심이 쏠려있는 대구 서갑구의 보궐선거가 투표를 열흘 앞두고 이상 열기에 휘말리면서 이색적인 현상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특정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것도 이색적이고 대통령의 권유를 한사코 뿌리치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과시하는 것 또한 전례없는 일이다. 이러한 후보사퇴공방의 와중에서 정호용씨 부인의 자살소동이라는 이색현상이 아직도 여운을 거두지 않은 판에 민자당이 22일 40명의 의원들을 선거사무원으로 선관위에 등록한 것도 다른 선거에서는 볼 수 없던 이색적인 것이다.
민자당이 문희갑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37명의 소속의원에게 37개 투표구를 맡긴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선거사무원도 아닌 현역의원들이 득표활동을 하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는 시비가 나오자 아예 선거사무원으로 등록을 해버린 것이다.
이로써 이들 의원은 합법적인 선거운동원으로서 마음놓고 떳떳하게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역의원들에게 동책을 맡겨 뛰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동해시에서도 그랬고,서울 영등포 을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동해선거에서는 각정당의 총재ㆍ대표 등 지도부까지 현지에 내려가 법석을 떨었고 그 결과 후보매수파동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그때에는 없던 시비가 이번 대구선거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상대후보쪽에서 제기한 시비에 걸려들지않게 아예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겠다는 발상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현역의원이 선거사무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분에 어울리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이 과열된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하는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대통령선거에서도 현역의원을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선거도 아니고 2백24개 소선거구중의 하나에 불과한 대구 서갑구 선거에서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그 까닭을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자당의 선거전략면에서 볼때에도 좁고 작은 선거구에 현역의원을 대거 동원하는 전력투구방식이 오히려 정후보쪽으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후보를 당선시키고 말겠다는 무리한 전략이 가져올 부작용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문후보의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작년말까지만 해도 정호용씨의 의원직 사퇴를 극구 반대한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변화를 가리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정치판의 생리를 이해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까지 해서 누가 당선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나중에 빚어질 후유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걱정하는 한숨소리가 벌써부터 깊어지고 있다. 「대구선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관계자들은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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