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총영사관 제의」 배경과 양국 관계 전망/정부선 조기수교 차질우려 신중/투자협정등 경제교류는 급 템포방소중인 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이 고르바초프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시타리안 소국가대외경제담당 부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간 투자보장협정체결등 경협문제까지 논의함에 따라 한소간의 외교ㆍ경제관계는 빠른 속도로 진전될 전망이다.
아직 「김고르비」 회동의 구체적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고 소련측의 총영사관 설치제의가 공식적인 외교경로를 통해 접수되지 않은 점등 외교관계개선에는 선결돼야 할 문제점이 많으나 양국간의 경제교류는 김최고위원의 방소를 계기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정부는 그동안 대동구권 수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련과도 영사관계나 무역대표부ㆍ연락사무소의 설치등과 같은 전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사급외교관계(수교)의 수립을 의도해 왔다. 따라서 소련측의 총영사관설치 제의는 중간단계를 희망하지 않는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일면이 있는 것이다.
현재 양국간에는 영사처설치에 의한 다소 「기형적 잠정관계」가 유지되고 있으나 총영사관 설치를 기점으로 불완전한 관계에서 정상관계로의 전환이 물론 이루어 질 수 있다.
지금까지 양측은 영사처에 국기도 달지 못했고,영사관(Consulate)이란 정식용어 대신에 영사처(Consular Depart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가 하면 영사처가 별도의 건물을 갖지 못한채 기존 무역사무소내에 설치돼 있는 것처럼 어정쩡한 관계에 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소련측의 소극적 태도에 기인한 것 이어서 우리측도 소련의 입장을 십분 감안,사실상 수교의 전단계로서 영사처설치를 양해했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소련측의 이번 제의에는 나름대로의 「복선」이 깔려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만일 총영사관계가 맺어질 경우 그 다음단계인 수교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는지는 아무도 예측키 어려운 것이다.
리비아와 우리나라가 총영사관계에서 대사급관계로 발전되는 데는 6년여 기간이 걸렸던 점을 외무부 당국자는 상기시키고 있다.
외무부당국자는 『소련은 시베리아개발등 경제협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소련의 실력자 야코블레프등이 최근 「한국이 생각보다 대소관계협력에 소극적」이라고 불평한 것 등이 그 증거』라고 지적,정치권의 「즉흥적」 대소접근방식에 경계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외무부는 현지보고를 토대로 상황을 분석하면서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망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양국간 관계개선은 경제는 분명 차선이며 과거 적대관계에서 정치적인 정상관계로의 전환에 수교의 1차목표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북한과의관계등을 고려할 때 소련측의 이번 제의는 고무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개방유도를 위한 외압으로 활용하는등 북방외교의 진일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의 탄력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소련과의 경제협력은 김최고위원의 방소기간중 있은 서울에서의 한소 경제인 합동회의개최,럭키금성그룹의 레닌그라드 대규모개발 참여결정 등에서 보듯 지금까지의 소규모 상품교역위주의 탐색관계를 벗어날 것이 확실하다.
23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소 경제인 합동회의에서 골라노프 소연방상의 수석부회장은 ▲한소간 직통신개설 ▲은행상호개설 ▲한국산업기술의 대소 이전을 위한 산업연구소 설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나아가 한국ㆍ북한ㆍ소련ㆍ중국ㆍ일본 등이 참여하는 극동경제블록구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이는 한소 경제교류를 빠른 시일내에 성숙단계로 전환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련 최대의 종합철강회사인 이조르스키 차보드사가 럭키금성그룹의 럭키개발,세계 최대의 엔지니어링회사인 미국의 벡텔사와 공동으로 레닌그라드를 비롯 소련내의 각종 개발사업과 제3국 진출을 추진키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합의내용은 민간차원의 개별적 교역논의가 아닌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국가간 경제협력 성격을 띠고있어 경제협력의 영역을 거의 무한대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한소 합작으로 현재 영업중인 기업은 진도 하나 뿐이지만 추진중인 합작사업은 현대그룹의 석유화학단지건설사업,현대건설의 모스크바무역센터건설사업,현대종합상사의 스베틀라야지역 삼림개발,삼환기업의 티모르스크 원목가공공장건설사업 등 6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경제교류확대 추세에 맞춰 현대ㆍ삼성ㆍ대우ㆍ럭키금성이 지난 1월 소련당국으로부터 모스크바지사설치 허가를 받아 지사를 개설했고 선경ㆍ코오롱도 조만간지사를 설치할 계획이며 소련측에서는 대외무역공단의 리첸스인토르크사(특허담당)와 스탄코임포르트사(공작기계담당)등이 서울지사개설을 추진중이며 4월부터 정기항로를 개설하는 소련국영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사도 지사를 설치할 계획이다.【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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