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후 유럽질서 어찌될까/나토ㆍ바 기구 존재 무의미… 와해/ECㆍCSCEㆍ독일이 축될듯지난해 11월9일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전후 유럽을 지배해온 얄타체제의 해체와 유럽의 새질서 도래를 알리는 역사의 분기점이었다.
유럽에 찾아들 새질서의 분명한 모양을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지금 종언을 맞고 있는 유럽의 분단질서가 독일분단을 근간으로 해왔던 만큼 통일독일이 질서재편의 핵심변수가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외형상 독일통일이 던지는 최대충격은 양대군사동맹을 축으로한 유럽의 집단안보체제가 와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는 핵무기가 주는 「공포의 균형」 속에서 전후 유럽의 안정을 지탱해왔다.
양대군사동맹의 최전선을 이뤄온 동서독이 통합군을 창설할 경우 양대군사동맹은 명목적인 존재근거마저 잃고 말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토바르샤바조약기구체제를 대신할 분명한 새유럽안보구상이 모양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현시점에서 유랍각국은 과도기의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유럽의 안보불안은 과도기적 특징이지만 우선은 「독일 공포증」,즉 독일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로 표출되고 있다.
독일통일의 주변정리를 위한 「2+4회담」이 통일독일의 군사적 지위와 국경선문제를 최대쟁점으로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오는 10월까지 계속될 이 회담이 확정하게 될 독일의 군사지위문제는 곧바로 새로운 유럽안보체제의 기본틀을 시사할 것이다.
미국은 현재 주변국들의 우려를 근거로 독일을 나토안에 묶어두길 바라고 있다. 반면에 소련은 종래의 중립화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의 나토잔류가 독일의 군사대국화를 막기위한 것이라고 소련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세계는 군사력보다 경제력을 중시하는 추세속에 있으며 유럽신질서도 그 흐름속에 있다. 또 독일이 경제력에 걸맞는 군사력을 보유하고,비핵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핵무장을 한다해도 핵공포가 상존하는한 과거 재래식 전쟁시대처럼 우위를 점할 수는 없다.
독일의 중립화는 결과적으로 유럽전체의 중립화와 병행한다.
전유럽의 중립화는 잠재적으로 상호적 대화의 측면을 안게되며 새로운 유럽안보체제의 핵심문제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전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새로운 조명을 받고있다. 알바니아를 제외한 모든 유럽국가와 미국 캐나다가 참여한 CSCE는 「2+4회담」의 결과를 오는 12월 최종승인하게 돼있다.
CSCE가 앞으로 스러져가고 있는 양대군사동맹체제를 대신해 안보협의제로서의 공고한 기능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유럽이 앞으로 느슨한 위협과 느슨한 협력안에 자리할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자크ㆍ들로르 의장 등 유럽공동체(EC) 주도자들은 경제통합과 정치통합으로 블록화한 EC를 중심으로 유럽이 세개의 블록으로 나뉘어져 동심원 형태를 이루기를 원하고 있다.
통일독일을 포함한 EC가 맨 안쪽에 자리잡고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의 6개국이 두번째원에,동구와 터키 등이 그 바깥에 있게되는 모양이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지난 1월24일 유럽이 정치ㆍ경제적 지역동맹으로 재편되는 과감한 예측을 내놓았다.
어떤 경우이든 미국은 앞으로 유럽의 운명에 깊이 관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프랑스는 독일을 EC안에 묶어두기 위해 주도권을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
군사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독일의 비중이 워낙 커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한층 긴밀한 협력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이렇게 볼때 장기적으로 유럽은 EC와 CSCE가 주요 구조물로,통일독일이 청탑으로 자리잡는 마을모습을 닮게 될 것이다.【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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