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최근 우리도 알고있는 제36대 대통령 린든ㆍ존슨의 생애를 다룬 책이 「불온한 내용」으로 자못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로버트ㆍ카로가 집필한 존슨생애 4부작중 제2부인 「출세의 수단」편이 문제의 책인데,존슨이 텍사스주 출신 하원의원에서 상원의원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약하는 과정을 5백여페이지에 걸쳐 추적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이 책에서 저자의 표현이 존슨의 거짓과 도덕성 부재를 너무나 거침없이 드러낸 탓에 매우 불온한 책이란 소리마저 나온다는 것인데,그 내용이 선진민주국가 대통령의 생애치고는 사뭇 충격적이다. 우선 존슨은 출세와 권력으로의 접근목적을 위해서는 민주정치의 전통을 모조리 깨버렸다고 한다. 법을 어기면서 무차별로 헌금을 받고 선거비용을 썼으며 속이 검은 실업가들의 비위를 태연히 맞췄고 언론과 자신의 전시공적마저 조작했다는 것이다.
구체적 사례로 2차대전중 출세를 위해 전공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하원의원 존슨이 해군에 입대한 것까지는 나무랄데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군수품생산을 감독하는 제독자리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의회의 참관인으로 단한차례 13분간의 항공기 출격에 참가,정치에 민감한 맥아더 사령관으로 부터 은성훈장을 탄 것을 빌미로 전후의 선거때마다 혁혁한 전공을 두고 두고 과대선전 했다고 한다. 또 재산을 모으는데도 잽쌌다고 한다. 존슨은 지방방송국을 사들인뒤 자신에게 청탁하려는 실업가들이 앞다퉈 방송시간을 사도록 했고,법안통과 협조의 대가로 연방관리들로 부터 방송구역을 넓히는 방법을 통해 착실히 재산을 불렸다는 것이다.
존슨의 검은 정치행각의 압권은 48년의 상원의원 예비선거였다. 열세였던 그는 정치대부들로부터 3만5천표를 돈으로 사들여 당시 유권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상대를 불과 87표차로 제끼고 비로소 상원의원이 됐다고 한다.
이같은 사례를 놓고 저자는 존손의 행각이야말로 미국민주정치에 대한 「약탈」로 규정,『그때부터 거짓과 조작은 미국정치의 결백을 찢는 톱날이 되었다』고까지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나라밖에서는 공산질곡에서 벗어난 동구국민들이 반세기만의 진정한 선거를 통해 비로소 주권행사의 숭엄한 의미를 맛보고 자유의 환희에 젖어있음을 우리는 듣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선거야말로 어둠을 벗어나는 신성한 의식이자 선언적인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작부터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의 자유선거제도와 민주체제를 두루 갖추고 있는 우리는 어느덧 선거의 참뜻을 잊고만 있는 것 같은 오늘의 세태이다. 6공들어 동해와 영등포보선이 후보매수사건을 비롯한 온갖 탈법으로 시끄러웠는데,이번 대구보선은 한술 더 뜰 조짐이다. 현역의원 40여명을 동책으로한 철벽대비에 후보부인의 자살소동마저 빚은 배수진이 거침없이 격돌하는 과열인 것이다.
모두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번 과열의 어리석음과 위험을 쉽게 알게된다. 보선은 보선일뿐인데,소중히 지켜야할 우리 제도와 체제의 도덕성과 가치기준을 「약탈자들」의 손에 태연히 맡길 수는 없는 이치인 것이다. 선거야말로 유권자의 자각을 바탕으로 해서만 활짝 피어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지금은 자각으로 그 약탈을 막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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