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흥부와 놀부(장명수칼럼:1356)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흥부와 놀부(장명수칼럼:1356)

입력
1990.03.23 00:00
0 0

며칠전 칼럼에서 재건축지역 아파트의 세입자들에게 아파트 잔여분의 분양권을 주는 문제를 검토하자고 제안했는데,그날 받은 전화중에는 집주인들의 거센 항의가 많아서 놀라웠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에게 분양권을 주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신문ㆍ방송이 세입자문제를 너무 떠들어서 집주인이 마치 죄인처럼 몰리고 있는데 대해 항의했다.『세입자들은 흥부고,집주인들은 놀부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모두 열심히 일해서 집을 갖게되었고 부족한 집값을 보태려고 세를 놓거나 집세를 받아 생활비에 보태는 경우가 많다. 물가가 이렇게 뛰는데 집세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집세 몇푼 올린 집주인은 모두 나쁜사람인가』

『집세가 크게 뛴것은 집주인들의 잘못때문이 아니다. 무리한 개혁정책의 부작용으로 집값과 집세가 올랐다고 정부 스스로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전세기간이 끝나면 으레 시세에 따라 재계약을 맺는 것이 상식인데,시세가 올랐다기에 세를 올려달라고 한것이 고발까지 받아야할 만큼 죄인가. 정부가 잘못해서 값을 크게 올려 놓고,값올린 주인을 고발하라고 세입자를 부추기는 식이니 참으로 나쁘다.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기전에 집주인들에게 세를 어느정도 이상은 올릴수 없다고 계몽을 하고,보완조치를 했다면,전세값 폭등을 막을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의 잘못은 덮어두고 집주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도 되는가』

『세입자는 피해자이고 집주인은 가해자라는 식의 논리를 펴서는 안된다. 수도꼭지 하나도 자기손으로 안고치고,자기방앞의 마당한번 안쓸고,이것저것 해달라는 요구만 많은 세입자들이 얼마든지 있다. 세입자들이 단체를 만든다는데,이런식으로 가면 대문앞에서 악덕주인을 규탄하는 데모가 안벌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부 세입자들의 의식도 큰문제라고 생각한다. 몇천만원이 있으면 변두리에 가서 작은 집이라도 사서 시작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할텐데 비싼아파트에 세를 들고,집주인도 안가진 차를 갖고 살면서 피해자처럼 구는 것은 말이 안된다. 모두 자기가 가진돈에 맞춰 분수껏 산다면 집값ㆍ전세값도 요즘처럼 뛰지않을 것이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대결구도를 이루고,흥부 대 놀부 또는 피해자 대 가해자측 분위기로 가게된다면 그것은 주택문제의 본질을 떠나 또다른 사회문제의 출발이 될것이다. 이런 염려를 하지않을 수 없도록 사태가 진전된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쫓기듯 서두르며 만전을 다하지 않은 정책으로 무리를 빚고,국민사이에 상처와 대결을 남기는 일이 너무 잦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좀더 전문가다워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