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 미수교국도 급진전 전망/경제협력 기대 부응이 새 과제우리나라는 22일과 23일 체코슬로바키아및 불가리아와 잇달아 수교함으로써 동구사회주의권의 5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게 되었다. 헝가리 폴란드 유고에 이은 이번 양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은 동구권 주요국가와의 수교를 대체로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북방외교의 「동구 평정」의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루마니아가 오는 28일 외무차관을 대표로 하는 수교교섭단을 한국에 파견하고 동독과도 통독과정의 추이에 따라 수교문제를 논의하게 될 전망이어서 동구평정의 의미는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즉 동구권에서 미수교국으로 남게 된 나라는 소련을 제외하곤 알바니아 1개국 뿐이며 소련과는 김영삼민자당최고위원의 고르바초프 「극비회담」에서 보듯 관계 진전이 이미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수교로 우리나라는 북방외교의 단계를 넘어선 본격적인 전방위외교시대에 접어들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동구를 순방 중인 최호중외무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몽고와의 관계개선도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해 대표적인 친북한국가였던 몽고와의 수교논의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한ㆍ유고 외무장관회담등에서는 남아프리카 「전선국가」인 짐바브웨 탄자니아 잠비아 등과의 수교에 비동맹국가들이 협조해주기를 희망한다는 우리정부의 입장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는 이번 체코 불가리아수교를 계기로 전세계 모든 미수교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나머지 미수교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세계 각국의 깊은 관심은 최외무장관의 이번 동구 순방과정에서 단적으로 나타났다.
유고를 비롯한 체코 불가리아 등 3개 순방국은 모두 최장관및 공식수행원들을 영빈관에 투숙시키고 깍듯한 의전절차를 갖추는 등 이례적으로 융숭한 환대를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유고의 한 외무부관리는 이와관련,『한국대표단에 대한 예우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된다』며 『그것은 한국외무장관의 첫 공식방문인데다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동구국가들의 이러한 관심은 물론 우리나라의 국력신장에 따른 반가운 현상임에 틀림없지만 동시에 앞으로 우리 북방외교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동구국가들은 무엇보다 한국의 경제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는 곧 한국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제까지의 북방외교는 우리쪽에서 먼저 상대국에 신호를 보내고 대단히 비밀스럽게 관계개선을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체코와 불가리아의 경우는 이들 국가쪽에서 먼저 수교를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와 동독도 그들 쪽에서 신호를 보내왔으며 오히려 우리쪽이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들 국가들은 한결같이 한국과의 관계증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체코측은 외무회담에서 『과거 세계 10대공업국에 들었던 체코의 경제가 68년 개혁실패 이후 사회주의체제 아래에서 점차 낙후되어 왔다』며 소련주도의 동구권 국가분업체제 등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면서 한ㆍ체코간 경제협력을 강력히 희망했다.
이같은 사정은 유고나 불가리아도 마찬가지이다.
체코와 불가리아는 수교교섭의 첫 단계에서 우리측에 구체적인 투자액수를 명시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측의 북방외교방침에 따라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으나 그만큼 민주화와 개혁ㆍ개방 속에서 경제난을 겪는 동구국가들의 한국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북방외교는 이번 체코 불가리아와의 수교를 계기로 대중ㆍ소관계 개선에 따른 마무리작업과 새로운 동구수교국과의 경제협력관계 유지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맡게 된 셈이다. 본격적인 북방외교의 순조로운 출항을 위해서는 수교 자체보다는 수교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선 것이다.
그러나 동구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는 첨단과학장비등 전략물자의 공산권 수출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의 협의문제등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민간차원의 투자타당성 여부도 쉽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프라하=정광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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