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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고르바초프 「50분 회담」 막전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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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고르바초프 「50분 회담」 막전 막후

입력
1990.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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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 긴급 초청… 15분만에 성사/「친서」 질문에 “짐작에 맡기겠다”/소 경호관계자 뒷자리 동승 집무실 안내/박정무 굳은 표정… 보안 새나가 불만인 듯/“소측 전략적 필요에 따라 회담성사” 분석○…김최고위원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간의 단독회담은 당초 김최고위원의 방소기간 후반에 이루어지도록 잠정 합의되어 있었으나 21일 하오(현지시간) 크렘린측의 전화요청으로 15분만에 전격적으로 성사.

이번 회담과 관련,한소 양측은 사전보안을 철저히 지켰지만 김최고위원이 사진기자 2명을 회담장인 크렘린궁내 대통령집무실까지 대동함으로써 소련측의 「사후보안」 요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요청이 되고 말았다.

김최고위원은 이날 하오 「붉은 광장」 관광을 취소하고 숙소인 옥자브라스카야 영빈관에서 일정에 없던 소련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와의 회견을 1시간 정도 가진 뒤 하오 6시10분께 크렘린측으로부터 『6시25분까지 와 달라』는 전화연락을 받고 이를 쾌히 승낙.

김최고위원은 6시22분쯤 방을 나서 영빈관 로비에서 대기 중이던 한국사진기자 2명과 통역관인 한인동포 유학구씨를 대동하고 리무진승용차편으로 출발. 김최고위원의 비서로부터 『중대한 일정이 생겼다』는 귀띔을 받은 사진기자들이 로비에서 『누구를 만나러 가느냐』고 묻자 김최고위원은 『나도 갑자기 생긴 일이라서…』라며 즉답을 회피.

그러나 김최고위원은 승차 직전 『이제 크렘린에 가면 처음에 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 주요인사』라고 말해 고르바초프대통령을 만나러 갈 것임을 시사.

김최고위원은 또 TV카메라기자들을 찾았으나 마침 주위에 없자 사진기자들에게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니 현장에서 끝까지 남아 찍도록 하라』며 역사적인 회동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자 하는 희망을 강력히 표시하기도.

○…김최고위원 일행을 태운 리무진이 6시25분 정각 크렘린궁 정문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경호관계자가 뒷자리에 동승,대통령집무실까지 안내.

김최고위원은 대통령집무실 건물에 도착,엘리베이터로 3층까지 올라가 응접실에서 대기 중이던 프리마코프연방회의의장의 영접을 받고 류통역관과 함께 옆방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직행.

그러나 사진기자들은 집무실 경호원들에게 입장을 제지당해 별도 휴게실에서 김최고위원이 나올 때까지 50분간 대기.

○…김최고위원은 하오 7시15분 회담장을 나와 25분쯤 숙소인 영빈관으로 돌아왔으나 흡족한 듯한 표정만 지을 뿐 함구로 일관.

김최고위원은 『누구를 만나고 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전혀 대답을 않고 『오늘 1분도 쉬지 못해 몹시 피곤하다』는 말만 되뇌면서 상기된 표정에 성취감이 가득.

이날 만찬은 브루텐스공산당중앙위국제부부부장 초청으로 7시에 계획되어 있었으나 김최고위원과 고르바초프대통령간의 비밀회담으로 인해 1시간 연기,김최고위원은 자신의 방인 1206호실에서 30분간 휴식을 취한 뒤 만찬에 참석.

김최고위원은 영빈관 14층 홀에서 열린 만찬에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참석,브루텐스부부장 내외및 마르티노프IMEMO소장 내외 등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2시간 반동안 환담.

박철언정무장관을 포함한 수행의원들이 동석한 이날 만찬이 끝난 뒤 김최고위원은 만찬장 한쪽에서 박장관및 박희태대변인과 회담사실 보도여부를 10여분간 숙의.

김최고위원은 곧이어 합류한 의원들과 구수회의를 마친 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박대변인의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고만 밝히고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선 채로 약식회견.

김최고위원은 『고르바초프를 만났느냐』는 질문에 『소련측과 나와의 약속이니 약속을 지켜야지』라며 회담 사실을 공개치 않기로 했음을 간접 시사하고 『어느 시기에는 진실을 얘기할 것이며 이같은 점까지도 소련측과 약속이 돼 있다』고 설명.

특히 박정무장관은 구수회의를 하는 동안 굳은 얼굴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방소 열매」를 놓고 김최고위원과 신경전을 벌여왔다는 항간의 소문과 관련,김최고위원이 보안에 철저를 기하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이 많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들.

○…김최고위원과 고르바초프대통령과의 회담은 정재문의원이 지난 2월 선발대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추진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원은 당시 브루텐스 소련공산당중앙위국제부부부장을 통해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고 김최고위원 방소 때 주최자였던 프리마코프연방회의의장이 비공식 일정으로 회담을 추진해왔다는 설명.

이 때문에 김최고위원측은 21일 당일까지도 정확한 회담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날 중이나 모스크바 출발 하루 전인 26일쯤 가능하지 않겠는가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김최고위원의 측근들은 김최고위원과 고르바초프대통령과의 회담 사실 자체와 내용에 대해 함구하면서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으니 알아서 쓰라』고만 언급.

이들은 김최고위원이 노태우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도 『여러분이 판단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 사실상 시인.

황병태의원은 『김최고위원이 누구를 만났던 고위층을 만났고 그 사실을 모스크바를 떠난 뒤 밝히기로 했다면 소련정부가 사실상 한국과 대화를 공식화했다는 점을 세계에 천명하는 대단한 사건이 되는 것』이라고 의미 부여.

○…모스크바에 체류 중인 정부의 「북방정책팀」은 김최고위원과 고르바초프대통령의 회동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데다 회동사실이 공개된 점을 놓고 신중한 반응.

박철언정무1장관과 정부 실무관계자 3∼4명으로 이루어진 북방정책팀은 회담이 있은 것으로 알려진 21일 밤을 새워가며 소련측의 의도와 회담사실의 공개가 가져올 파쟁을 분석했다고 관계자가 전언.

이 관계자는 『22일부터 우리 정부와 소련당국간에 중요한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었다』면서 『국내에서 먼저 불을 질러 우리쪽이 쫓기는 입장에서 협상에 임할 수 밖에 없어졌다』고 말해 김­고르바초프회담이 소련측의 전략적 필요성에 의해 주선되었을 가능성을 시사.【모스크바=조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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