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억제도 완화방침… 국민들에 개방혜택/“대서방 경제협력확대 위한 개혁일환”분석소련최고회의 외무위원회는 20일 해외여행 및 이민자유화에 관한 법안을 채택,소련의 대외개방은 또다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하게 됐다.
4월말 이전에 최고회의 통과가 확실시되는 이 해외여행 자유화법안은 단기여행 및 영구이민을 가리지 않고 출ㆍ입국을 자유화,소련국민들에게 민주화개방의 실질적혜택을 느끼게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같은 개방조치는 소련당국의 민주화개방의지를 구체적으로 입증,미국의 대소무역규제해제 등 서방과의 관계확대에 중요한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여행자유화법안은 ▲출ㆍ입국시 일체 당국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소련특유의 출국비자제도를 폐지하고 ▲해외체류기간을 자유화하며 ▲여권 발급기간도 해외여행은 1개월내,영구이주의 경우에는 3개월 이내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여권발급 거부사유도 ▲국가안보상 이유 ▲형사소송에 계류중이거나 복역중인때도 특정,당국의 재량권을 배제했다.
이같은 획기적인 여행자유화조치는 우선 각종규제에 묶여온 소련국민들의 해외여행 특히 서방여행을 크게 늘려 대외개방의 혜택을 실감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련은 고르바초프 집권후 해외여행을 크게 자유화했으나 출국비자 및 여권발급에 각종 규제가 따르고 시간이 오래걸려 일반인의 서방관광여행은 곤란했다. 특히 한사람당 하루 12달러,총액 1백달러로 제한돼 있는 여행경비 환전규제때문에 사실상 일반인이 독자적으로 서방여행을 하기는 불가능한 형편이었다. 또 항공권도 국영아에로 플로트항공과 아에로플로트미팬암 합작항공편만 루블화로 매입이 가능하고,다른 서방항공편은 외화로만 구입할 수 있어 항공권구입에만 6개월∼1년이 걸리는등 어려움이 많았다.
소련최고회의는 여행자유화와 함께 이같은 외화환전 및 항공권구입절차 등 해외여행관련규정도 전면 손질,실질적인 자유화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전규정등이 전면수정돼 루블화만으로 필요한 여행경비를 충당할 수 있게될 경우,「서방견문」과 해외쇼핑 등을 갈구하고 있는 소련인들의 해외여행러시가 일것이란 성급한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 자유화의 가장 큰 당면효과는 역시 이 조치가 소련에 대한 외부의 인식을 결정적으로 개선시켜 서방과의 무역관계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데 있다.
미국은 지난 74년 대소경제봉쇄정책의 일환으로 자유이민을 규제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무역상의 최혜국대우를 거부토록하는 이른바 「잭슨ㆍ바닉수정법률」을 채택,소련에 대해 이를 적용해 왔다. 이 법률은 「인권외교」의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소련내 유태인들에 대한 서방이주규제를 빌미로 소련의 인권탄압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대소경제봉쇄를 노린 것이었다.
어쨌든 소련은 고르바초프 취임직후부터 반체제지도자를 비롯한 유태인들의 서방이주를 적극 허용,지난해의 경우 1만2천여명이 이스라엘 또는 다른 서방국가로 이주했다.
그리고 미국은 지난 19일 소련측이 이민자유화법률을 시행할 경우 지난해 12월 몰타 미소정상회담에서 합의한대로 소련을 금년내에 무역최혜국대우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따라서 소련의 이번 여행자유화법안 채택은 미국측의 이같은 양보조치에 대한 구체적회답인 셈이다. 이 점에서 여행자유화조치는 대서방 경제협력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경제개혁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강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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