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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불황… 기관에도 큰책임/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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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불황… 기관에도 큰책임/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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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ㆍ뻥튀기ㆍ내부자거래 왜 놔두나우리나라 증권시장은 주가를 예측하기가 외국보다 더욱 어렵다고 한다. 한 예로 얼마전까지 연일 시내에서 데모로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아다니고 선거에 의하여 누가 대권을 잡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갑자기 노사분규가 사회의 주요 문제로 등장하는등 외국같으면 주가가 계속 하락하였을 상황에서 우리 증권시장은 반대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여 지난 몇년 사이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뒤늦게 증권시장에 뛰어든 상당수의 투자가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여기서 원래 증권투자가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고,시장원리에 의해 돈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증권시장과 같이 위험이 따르는 상황하에서는 신의 성실의 원칙과 신뢰가 증권시장 관련기관이나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행동규범이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있는 우리 증권 시장을 진단해 보려고 하는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최근 증권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물타기」「뻥튀기기」「내부자 거래」「관리구좌 분쟁」등은 바로 이러한 원칙을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관행들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점에서 비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이런 관행들이 증권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증권회사나 발행회사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감독기관에 의해 용인되었다는 것이다. 둘째,이런 관행이 사전에 아무 지식이 없는 투자가들에게 엄청난 위험을 지게 할뿐만 아니라 위험부담에 대한 대가도 실질적으로 너무나 낮다는 것이다.

우선 「물타기」를 보자. 물타기란 비공개 기업이 공개전에 자산재평가 등을 통하여 대대적으로 무상증자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얼마전에 공개된 기업을 보면 공개직전까지 주주가 출자한 돈이 25억원이던 것이 무상증자를 통하여 주주가 추가로 한푼도 내지않고 75억원을 증자함으로써 총자본 1백억원의 기업으로 증권시장에 상장되었다. 이런 물타기는 결과적으로 증권시장에서 주식공급의 과다로 주가를 하락시키고 증권시장에 참가한 선량한 투자가들에게 손해를 입게한다. 이러한 물타기가 극성에 달함에 따라 몇몇 투자자문회사에서는 공개된지 2년이내의 주식은 매입하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세우고 있다고 한다.

한편 「뻥튀기기」도 최근 몇몇 부실공개주선의 파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기업공개시 공모가 산정에 있어서 기업의 내재적 가치의 분석보다는 상대가치,즉 증권시장에서 공개예정회사와 비슷한 상장회사의 주가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결정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방법은 언뜻 생각하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증권시장이 활황인 때는 부실기업의 주가도 함께 올라가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그 기업의 실제 내재가치보다 월등히 높게 공보가를 산정하게 함으로써 투자가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되는 것이다. 한 예로 어느 은행의 경우공개한지 며칠 안되어 발행가 이하로 주가가 떨어져서 증권회사의 시장조성 의무도 지켜지지 못하는 관례를 낳기도 하였다. 결국 그동안 이렇게 물타기ㆍ뻥튀기기한 주가는 실물경제의 성장률이 반감되고 전망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맥없이 하락하기 시작하여 드디어는 지난 몇년 사이의 최저 주가지수를 형성하고 있으며 여기에 일단 손해를 본 투자가들까지 언제이고 손해만 회복되면 증권시장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초조하게 주가를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따라서 오늘의 증권시장과 주가의 움직임은 실물경제의 악화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일부는 이제까지 이러한 증권시장의 관례를 용인한 증권회사나 감독기관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이와같은 증권시장의 관행이 투자가들에게 계속 과도한 위험을 부과한다면 투자가들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행동대안을 취하게 되어 오히려 증권시장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하나는 높은 위험의 반대 급부로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어 평균수익률을 올리는 평범한 기업들은 기업공개가 어려워지고 증권시장에서 설자리가 없어짐에 따라 증권시장은 투기장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가들은 위험이 높은 주식에서 수익률이 보장된 공사채시장으로 전향하여 주식시장의 확대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최근에 공사채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겠다.

미국의 작가 마크ㆍ트웨인은 『뜨거운 난로위에 앉아본 고양이는 다시는 뜨거운 난로위에 앉지도 않지만 차가운 난로위에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물론 증권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순진한 투자가들이 이 순간에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전체투자가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증권관련회사나 감독기관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신뢰에 위배되는 관행이 있었다면 이는 앞으로 우리경제에서 자본시장의 성장과 나아가서 자본주의 체제를 방어한다는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척결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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