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경찰관 3명이 4∼5백만원의 뇌물을 받고 문화재 도난사건을 축소조작했다. 울산경찰서 대용감방에서는 재소자들이 면회 때 히로뽕을 밀반입,상용했다는데도 감방을 지키는 경찰관들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가다 사람을 치어 중태에 빠뜨리고 뺑소니쳤으나 관할경찰서는 사실을 감추다가 피해자 가족이 항의하자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 또 경비의경 15명이 고된 근무여건에 불만,집단이탈한 사건도 발생했다.21일자 조ㆍ석간신문의 사회면에 비친 일그러진 경찰의 상이다. 13만명의 경찰관이 있다보니 「어물전의 꼴뚜기」같은 저질이 전혀 없을 수야 있을까 하고 관대하게 보아 넘기기에는 앞의 두 사건은 죄질이 너무 고약하다.
아무리 사회가 한탕주의에 젖어 혼탁하다 해도 수사경찰관들마저 보물급 미인도를 헐값에 사들인 장물아비겸 일본에 반출시키려 했던 주범을 풀어주고 사건을 축소조작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울산경찰서 대용감방의 히로뽕 밀반입ㆍ상용사건은 폭로자의 주장대로라면 감방근무 경찰관들은 모두가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마약상용자가 확산일로에 있어 3∼4년 후면 마약중독자가 1백만명에 달한다는 우려 속에,검찰과 경찰이 「마약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이 마당에 경찰서 감방에까지 히로뽕이 침투했다면 이를 어찌 보통 일이라 할 것인가. 감방재소자의 면회 때는 경찰관이 반드시 입회하게 마련이다. 입회경찰관은 무엇을 했기에 히로뽕 밀반입을 몰랐다는 말인가. 경찰관의 묵인없이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어쨌거나 이 두 사건에서 드러내보이는 경찰관들의 죄상은 범죄꾼들보다 나을 것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민생치안 비상근무에 지쳐 순직하는 동료 경찰관이 생겨나고,시위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병상신세가 된 경찰관도 많다. 이러한 판국에도 직책을 이용해 뇌물을 노리고 직무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경찰관의 독직ㆍ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전체 경찰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사기까지 떨어뜨리고 있으니 한심스럽기만 하다.
날로 기승을 부리는 각종 범죄에 지친 국민들은 경찰의 치안기능에 더없는 실망을 느낀 지 오래다. 치안책임자가 무슨 다짐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웬만한 도난사건 정도는 신고마저 하지 않을 만큼 경찰수사에 대한 불신감도 짙다.
경찰관이든 일반공직자든 그들의 독직범죄는 해당공직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보다는 전체경찰이나 공직자체가 당해야 하는 불신감의 심화란 더욱 큰 후유증을 낳기 때문이다.
새 내무장관은 차제에 경찰의 인사관리와 조직전반에 대한 감찰을 실시해 범죄형 경찰관들이 기생할 소지를 없애는 일부터 했으면 한다. 또한 13만 경찰관들도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되찾아 새로운 경찰상을 정립하는 데 분발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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