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대자보 엄두도 못내고/「전인대」주변엔 무장경찰 즐비「북경의 봄」은 아직 멀다. 시내중심가의 호텔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정치행사 참석자들로 붐비지만 대학가와 거리에는 지난해의 그 뜨겁던 민주화의 봄바람대신 정치적 무관심의 꽃샘바람만이 불고있다.
작년 봄 북경 학생소요(학조)의 진원지였던 북경대의 대자보거리 「금삼각지대」 어느 곳에서도 무리지어 정치토론을 벌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삼각지대」에서 1백여m 떨어진 커피점 「목목옥」은 자리를 잡기위해 20여분을 기다려야할 만큼 붐비고 있었다.
여학생기숙사 지하에 있는 술집과 함께 북경대 구내에서 두 군데 뿐인 술집인 목목옥을 들어서자 록음악이 귀를 찔렀고,담배연기가 자욱한 실내에서 학생들이 값싼 백주나 캔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인문계 졸업반의 한 학생회간부(23)는 5월말까지 내야하는 졸업논문도 잘 안써지고 긴장을 풀데가 없어 술을 마신다며 『요즘은 학생들이 되도록 정치에 무관심해 지려고 애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에 정치관련 대자보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동석했던 3학년생 하나가 『요새 감히 누가… 』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작년 6월의 시위를 「폭란」이라고 부르는데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일부학생들이 차량을 불태우는등 폭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학생들사이에서는 천안문사태는 「정치동란」으로 지칭된다고 그 학생은 덧붙였다.
학생들은 소련과 동유럽의 변혁등 외국소식은 각국 주요통신을 그대로 번역한 신화사제공의 「참고소식」을 통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 학생들에 대한 당국의 정치학습을 외국언론들이 과장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신상에 변화가 있었다고 할만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주로 수요일 하오에 2시간씩 정치교양시간이 생겼지만 사상학습이 아니라 학과주임급 교수의 지도아래 시사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정도라는 것.
또 어떤 학생들은 지난해의 시위때 학생들이 끝까지 평화적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순간에 열기가 사그라진 듯한 현재의 학내분위기가 당국의 정치교육의 결과인지는 불분명했지만,탄압과 교육의 병행이 가져온 결과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한편 전인대가 열리고 있는 천안문광장의 인민대회당주변은 무장경찰과 공안요원들이 즐비했으며,개회시간중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삼엄한 분위기였다. 또 학내소요의 기미가 전혀 없는데도 정부당국은 북경을 비롯,상해 성군 반양 청도 등 전국주요도시에 폭동진압경찰대를 새로 조직,소요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쌀한 분위기는 거리에도 마찬가지였다. 예년과 달리 거리에도 전인대,정협개막을 알리는 현수막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대신 「뇌봉동지를 본받자(향뇌봉동지학습)」「아시안게임 환영(앙아봉)」 현수막등이 곳곳에 걸려있다.
문혁당시의 모범병사와 아시안게임이라는 두 가지 상징조작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인민들에게 지난해 6월의 열기를 잊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인데,현재까지 당의 이같은 의사는 제대로 관철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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