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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독일의 길/동독총선 우파 압승과 통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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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독일의 길/동독총선 우파 압승과 통독:3

입력
199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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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임박에 다시 「독일인 공포」/“역사 반복… 나치제국 부활”우려/“과거집착 탓… 변화수용”주장도【타임 3월26일자ㆍ본지특약】 2천년전 로마군단의 전진을 라인강에서 저지한 독일 민족에 대해 로마의 타키투스는 『독일인은 지칠줄 모르는 거친 전사들이다』고 서술했다. 이같은 이미지는 20세기들어 2차례 세계대전의 악몽으로 인해 한층 강화된 채 지속돼 왔다. 독일과 독일인들은 이때문에 어느민족ㆍ국가보다 역사의 부정적 짐을 걸머진 채 20세기후반에 이르렀다. 미컬럼비아대의 독일사 전문가 프리츠ㆍ스턴은 『독일인들은 미래를 생각코자 하지만,주변국들은 항상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독일재통일이 임박해지면서 독일인에 대한 공포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제3제국의 비인도적 범죄는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역사는 언제나 반복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일랜드학자 코너ㆍ크루스ㆍ오브라이언은 『통일독일에서는 민족주의자들이 「제4제국」을 수립, 유태인을 추방하고 이스라엘과 단교하는 한편 마을마다 히틀러동상이 등장할 것』이라고 극단적인 예언마저 내놓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독일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심정적으로는 1차대전에서의 참혹한 패배와 2차대전당시 나치점령의 악몽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파리국제관계 연구소의 도미니크ㆍ무와시 부소장은 「프랑스인들의 대독공포는 근거없는 것일 수 있지만,공포의식은 신화와 현실을 냉철히 분별할 수 없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조사결과는 대부분 서유럽국가의 국민들은 독일통일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전쟁의 기억을 갖고 있는 세대들보다는 젊은 세대들이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조사대상자의 68%가 독일통일이 평화를 촉진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특히 2차대전중 2천6백만명이 희생된 소련에서도 국민다수가 통일 독일을 우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국토의 3분의1이 2차대전전 독일영토인 폴란드에서는 64%가 독일 통일에 반대했다.

도미니크ㆍ무와시가 지적한 바와 같이 독일에 대한 공포는 과거의 침략주의와 파시즘이 독일인들 특유의 유전적 결함에 기인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유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성에 사악함이 깔려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같은 인식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독일 사학자 모세ㆍ짐머만도 『독일인들의 민족적 특성은 스위스 미국등 다른 민족들에게서도 발견되는것』이라고 말한다. 민족성을 규정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고 스테레오타입화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현대독일의 정치문화적 특성에는 19세기의 낭만적 민족주의와 반유태주의 등이 잠재해 있다.

1871년이후의 근대독일은 민족주의와 질서ㆍ규율 및 유태인에 대한 경멸 등을 문화적 토양으로 했던 프러시아제국을 근간으로 형성됐다. 세계무대에 당당히 등장했던 이 근대독일은 그러나 1차대전의 패전후 무질서와 공황, 그리고 국민적 좌절의 나락으로 전락했다. 프리드리히ㆍ니체는 『분노보다 인간을 빨리 타락시키는 것은 없다』고 갈파 했었다. 그의 예상대로 불운했던 바이마르공화국의 폐허에서 히틀러와 그의 악정이 태동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행동양식은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것이다. 나폴레옹시대의 프랑스는 유럽대륙을 정복한 침략자였다.

그 프랑스가 1870년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했을때 영국의 사학자 토머스ㆍ카알라일은 『후안무치하고 오만한 침략주의적 프랑스가 평화애호적이고,용감하고 근면하고 고상한 독일민족에게 유럽의 지도국지위를 내놓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감격적』이라고 썼었다. 이때 카알라일은 독일이 비스마르크와 빌헬름2세의 통치하에서 군국주의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었다.

독일의 민족주의적 정치문화는 2차대전에서의 무조건 항복 및 강대국의 점령과 함께 일시에 종식됐다. 서독인들은 1945년을 과거와 완전 절연,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제로 아워」라고 부른다. 전후 40년간은 흔히 나치의 독성에 대한 해독기,또는 면역 접종기로 표현된다.

헌법을 비롯한 모든 제도적 장치의 민주화와 군국주의 인종차별주의의 재대두를 막기 위한 법률 등이 철저히 시행되고 있다.

이같은 「해독노력」은 어쨌든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안드레오티 이탈리아총리는 『이제 나치박테리아는 독일인의 체내에서 소멸됐다』고 말한다.

통일독일의 유럽지배에 대한 우려는 사실은 독일의 경제력에 대한 우려다. 서독은 이미 경제적으로 유럽을 지배하고 있다.

동독과의 통합이 기존현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동안 서독의 경제력을 애써 외면해온 유럽인들이 이제 이를 실체로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벨 체코대통령이 지난주 바이츠제커 서독대통령을 초청, 정상회담을 가진것은 유럽의 새시대를 맞아 유럽인들의 심정속에 독일을 제위치로 복원시키려는 노력을 대표한다. 점령군사령관 히틀러의 프라하 방문 51주년이 되는 날에 바이츠제커대통령을 맞이한 하벨대통령은 독일과의 화해를 선언하면서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독일인을 비난하고 경계하는 것은 나치의 인종차별과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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