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보선」지원 의원과 만찬/“우정도 중요하나 합당 등 새 상황” 노대통령/현지분위기 반영,각오ㆍ곤혹 교차 참석의원20일 재야주자인 김현근씨가 무소속후보 등록을 완료,대구 서갑구 보궐선거는 4파전 구도를 완성했다. 또 백승홍후보를 앞세운 민주당이 이날 옥외 지구당창당대회를 통해 전통야당의 깃발을 올림으로써 문희갑후보(민자)와 정호용후보(무)간 「여야 대결」로 비쳐지던 선거양상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초점은 문ㆍ정 양후보간의 싸움에 맞춰지고 있으며 최근 노태우대통령과 정후보가 회동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이번 선거의 복잡한 이면을 다시 드러내보였다. 이와관련,20일 밤 노대통령이 보선현장에서 문후보 지원활동을 펴던 대구,경북ㆍ경남지역 소속의원 37명과 박태준최고위원대행,당3역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같이하며 정씨와의 회동사실을 밝혀 정가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날 청와대만찬은 보선지역 37개 투표구를 하나씩 맡아 뛰고있는 의원들이 문후보와 정후보사이에서 명분과 실리를 놓고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 더구나 예상은 했지만 초반의 열세가 김숙환씨 자살기도사건등 의외의 사건까지 겹쳐 좀처럼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노대통령의 뜻을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절실했다는 얘기다.
○…저녁 6시부터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청와대만찬은 처음에 어려운 현지분위기를 감안,다소 긴장된 분위기였으나 노대통령이 『이번 선거에 임하는 여러분의 괴로움을 안다. 하지만 괴로움의 정도로 말하면 내가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풀렸다고.
노대통령은 이어 『나도 정 전의원을 만나 도와달라고 얘기했다』고 이례적으로 회동사실을 공개한 뒤 『길게 보면 문후보를 돕는 게 정 전의원을 돕는 게 될 것』이라며 「사정」을 경계.
이자리에서 김동영원내총무는 『지난 16일 김영삼최고위원과 정씨가 전화접촉할 때 「한 2년만 참아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하자 노대통령은 『기다려주면 어떤 방법이든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노대통령은 이날 서명파의 주역인 김용태의원에게 현지상황을 묻기도 했는데 김의원은 『처음엔 문후보가 당조직까지 흔들려 어려웠지만 이젠 자리를 잡아간다』고 대답.
노대통령은 또 이번 선거가 경북고출신들간의 대결임을 의식,김윤환의원에게 동문들의 동향을 물었고 이에 김의원은 『처음엔 어정쩡했으나 이젠 태도를 정해가고 있다』고 「희망적」 답변.
이에 노대통령은 『만약 민정당이 계속됐다면 정 전의원에게 공천을 줄 수 있었고 민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등 여러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3당통합이란 새로운 상황이 아니냐』며 『정 전의원과는 오랜 친구지간으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측면에서 본인이 출마를 포기해줄 것을 희망했으나 그것이 안된 이상 여러분들은 공인으로 득표활동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
이와관련,한 참석자는 『정씨가 노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출마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가족등의 반대로 후보등록을 강행한 것 같다』고 분석.
이로 미뤄볼 때 이날 청와대만찬은 사실상 정씨 설득에 대한 「희망」을 일단 포기,전면전의 각오를 다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대구보선은 이제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느낌.
○…청와대만찬후 참석자들은 노대통령의 의지와 현장과의 괴리에서 적잖은 곤혹감을 느꼈다는 후문.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만찬직후 곧바로 대구로 직행하기도 했는데 지원대책반장인 김중권의원을 비롯,이태섭ㆍ장경우ㆍ정동윤ㆍ장영철ㆍ최재욱ㆍ이상득ㆍ권해옥ㆍ이상회의원들은 김윤환의원집에서 재회동,「만감」을 교환했다고.
이날 청와대만찬에는 박태준최고위원대행과 박준병총장 김동영총무 김용환정책위의장 등 당3역을 비롯,투표구별로 책임을 맡고 있는 김한규 신상식 이진우 장경우 정창화 오한구 유돈우 박진구 김용태 김중위 황윤기 구자춘 이상득 박재홍 황성균 김길홍 이정무 이성호 김진영 김일윤 박정수 권해옥 전학성 강재섭 최운지 이태섭 황병우 이치호 장영철 김윤환 이재연 이재황 안병규 유수호 정동윤 최재욱 신재기 김중권의원(무순)등이 참석.
○백후보 기세올려
○…민주당은 이날 하오 2시 대구 내당동 황제예식장옆 광장에서 수천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지구당창당대회를 개최,이기택창당준비위원장등 8명의 연사가 지원연설에 나서는 등 「신야당 붐」 조성에 박차.
이위원장은 『대통령의 분신이라는 문씨는 느닷없이 선거에 출마,당선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면서 『정씨가 다시 선거에 나오는 것도 역사의 심판을 거스르는 행동』이라고 문정 양후보를 공격한 뒤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불신과 사회불안을 초래한 장본인들을 준엄하게 심판해야 한다』며 백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
박찬종부위원장은 『노대통령의 자존심과 체면,그리고 정호용장군의 오기만 신문에 보도되고 있을 뿐 대구시민의 명예와 자존심에 대해서는 한줄도 보도되고 있지 않다』면서 『문희갑후보와 정씨는 대구시민의 명예를 위해 사퇴해야 합당하다』고 주장.
김현규부위원장은 『노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통ㆍ반장으로 전락시키면서까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자인 문후보를 자신의 분신인양 득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비난.
한편 재야의 김후보는 학생ㆍ노조단체 등의 기부금으로 기탁금 2천만원의 대부분을 충당했다는 후문.
○선관위,감시반 파견
○…한편 중앙선거위는 이지역 보궐선거가 점차 과열조짐을 보이자 20일 손석호사무차장과 임좌순선거과장을 현지로 파견,이날 4후보를 방문해 공명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 선관위측은 「동해 재선거」 재판결과가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해주길 기대하는 눈치.【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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