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다…. 오늘밤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다』고 말한건 파리 바스티유오페라 개관공연 지휘를 대성공리에 마친 정명훈씨의 소감이었다. 타고난 음악성과 노력으로 해외에서의 편견과 질시를 한달음에 뛰어넘은 우리의 젊은 두뇌가 대견스럽다. 그러면서도 성공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는 겸손한 각오가 꽤나 괜찮아 보인다.분단국 동독에서의 총선도 역사적인 새로운 시작의 첫 발을 내딛은 점에서 우리에게 엄청나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더 늦출 필요가 없다」며 조기통일에 청신호를 보낸 이번 총선결과를 사실상 통일이 시작된 날로 보는 독일국민들의 합의와 의지가 부럽고 우리에게는 결코 남의일이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역사에서 단절은 있을 수 없다지만,어찌보면 1990년은 세계적으로 역사의 새로운 시작을 획한 뜻깊은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주의적 사상과 체제의 구시대가 붕괴되면서 자유스런 삶을 갈망하는 인간중심의 역사적인 새 지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환기일수록 새 기운을 수용하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인 앞날의 설계가 필요해지는 법이다. 어제까지 공산주의에 젖어있었던 동독이 발빠르게 새 물결을 타는 것도 곰곰 생각해보면 새로운 시작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발상의 전환이자 새로운 사고의 발로일 것이다.
반대로 고르바초프의 소련이 거듭된 새사고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개혁이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은 구태와 구습에 너무 젖어 쉽게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세계는 지금 보고있다.
나라안에서도 올들어 부쩍 신사고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옛 사고로는 급변하는 세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당한 말씀이자 다짐들인데,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아직은 「글쎄요」 수준을 맴도는게 아닌가 싶다. 여전히 이미 써먹은 레퍼토리에 매달려 말로는 신사고라면서 몸과 머리는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징후가 여러곳에서 보이는 것이다.
국민소득 2백달러 수준일때 남들이 뭐라든 5천달러를 꿈꾸며 이를 악물고 경제개발계획을 세웠던 우리들이었다. 또 남들이 비웃을때 미래지향의 파격적 결단으로 앞질러 고속도로를 만들고 제철소도 일으켰고 그 덕택으로 오늘의 우리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20∼30년전의 그걸로만 또 버티겠다는 것일까.
요즘 경제적 난국의 조속한 극복과 민생치안의 다짐들이 개각과 함께 요란하고 마음든든하게 들린다. 그러나 알고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다짐들일뿐 달라진 오늘에 발맞춰 앞날을 내다보는 계획과 구체적 각론은 찾을 길이 없다는 소리도 들린다.
인재난이어서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해도 다짐이나 처방마저 그 시절의 것을 답습해서는 참으로 곤란해진다.
바야흐로 세상은 달라지고 있어 새로운 시작의 각오가 더 없이 절실해 지고있는 시점이다. 앞날에의 비축과 설계 없이는 당장의 현실도 편해질 수 없음을 우리는 지금 절감하며 살고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