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당 초상집 분위기속 서독의 영향력 맹비난/해외거주 동독인들 대사관서 귀중한 한표 행사/콜 “통독 확실한 승인 받았다”【동베를린=김영환특파원】 40년만의 첫 자유총선에서 조속한 독일통일을 내건 독일연합이 압승을 거두자 동독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샴페인을 떠뜨리며 축하파티를 벌였다. 그러나 베를린장벽붕괴 당시의 뜨겁던 축제분위기와는 달리 「통일」이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도 느껴졌다.
독일연합의 승리가 확실해진 18일 밤 동베를린시 곳곳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봄밤의 축하파티」를 벌였으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밤새 TV 앞에서 개표결과를 지켜보느라 거리는 한산했다.
동독 민주화시위의 요람으로 매주 월요일 정례적인 「통일시위」를 벌였던 라이프치히의 한산한 밤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선거결과를 환영하면서도 눈앞으로 다가온 통일 이후의 불확실한 장래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한 시민은 서독 국기를 가득 꽂고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서독 번호판의 유세용 밴을 바라보며 『우리는 통일과 시장경제를 원하지만 서독 경제체제에 휘말리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자유선거의 파티는 이제 끝났다. 우리는 충격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 행인도 『서독의 풍요는 부럽지만 실업과 마약,범죄는 싫다』고 말했다.
○…기민당(CDU) 등 보수연합 세력인 독일동맹이 예상 밖의 압승으로 희색이 만면한 반면 패배한 사민당(SPD) 측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번 선거에 미친 서독의 영향력을 맹비난.
사민당의 아브라함ㆍ뵈메 당수는 『콜 총리가 많은 원조를 해준다고 했으니 두고 보겠다』고 패배의 소감을 대신했다.
다른 사민당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결과는 동독 우파의 승리가 아니라 서독 마르크화의 승리다』며 『국민들은 동독 기민당에 표를 던진 것이 아니라 서독 기민당과 헬무트ㆍ콜 총리에게 던졌다』고 비아냥 거렸다.
○…자유총선을 취재해본 경험이 없는 동독 언론들은 투ㆍ개표 보도에서 갈팡질팡을 거듭. 이와 대조적으로 서독 언론,특히 ARD,ZDF 등 두 TV는 일사불란하게 개표집계보도를 주도했다.
중국과 브라질에서 온 특파원을 포함,3천여명의 각국기자들이 몰려들어 취재전쟁을 벌인 동베를린의 의사당 건물에서도 각 정당지도자들이 잇단 TV회견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민주사회당(구 공산당) 지도자들은 사실상 선거보도를 독점한 서독 TV의 「부당한 영향력」에 대한 항의표시로 일체의 회견을 사절했다.
서방기자들의 등쌀에 뒷전으로 밀려나기만한 동독기자들은 데ㆍ메지에르 기민당 총재가 동독 TV를 제치고 서독 TV와 첫 회견을 하자 『저것이 바로 서독의 돈에 굴복하는 정치인의 실상』이라며 『우리는 선거를 통해 정복당했다』고 비꼬았다.
○…활발한 지원유세를 통해 사실상 「대리선거」를 치러온 서독의 각 정당들도 동독내 제휴정당과 희비를 함께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리자격인 헬무트ㆍ콜 서독 총리는 『이번 독일동맹의 승리는 모든 독일인들의 기쁨』이라며 『이제 동ㆍ서독의 통일은 확실한 승인을 받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콜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모든 동독인들은 고향에 남아 새나라 건설을 도와달라』고 당부하면서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이번 선거를 가져왔으며 미,영,불 등 우방국도 큰 도움을 주었다』고 인사.
반면 동독 사민당을 위해 하루 3차례나 지원유세를 했던 빌리ㆍ브란트 서독 사민당 명예총재는 TV 대담요청까지 거부하며 칩거,실망을 표시했다.
또 한스ㆍ포겔 사민당 총재는 콜 총리와 합석한 TV 대담에서 『독일동맹측에 대한 서독의 지원이 사람들을 유혹했다』고 콜 총리의 물량공세를 꼬집어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권력남용과 부패혐의로 권좌에서 출출된 동독 공산당의 전직고위인사들은 옥중에서 투표에 참여했으나 공산당 서기장과 국가평의회 의장을 지낸 에리히ㆍ호네커는 끝내 투표를 거부.
○…이번 선거에서 구 공산당인 민사당은 5백50만 동독마르크(1백8만달러)를 지출해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사용했으며,기민당은 1백50만마르크(29만4천달러),사민당은 50만마르크(9만8천달러)를 각각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액수는 동독정당 등이 자체적으로 조달한 자금만을 공개한 것으로,7백50만 서독마르크(4백38만달러)로 추산되는 서독 정당들의 지원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외거주 동독국민들도 18일 각국주재 동독대사관을 찾아가 40년만의 첫 자유총선에 귀중한 한표를 행사했다고 동독관영 ADN통신이 보도.
그러나 몽고거주 동독인들은 1백50여장의 투표용지를 싣고 모스크바를 떠나 소련국영 아에로플로트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투표를 못해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편 동독 선관위는 서독 수도 본에도 투표소를 마련하고 서독으로 탈출한 자국민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수십만명으로 추산되는 대상자중 수백명만이 선거에 참여했다고.
○…이번 선거의 공정성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유럽의회 및 미국 소련 등에서 파견된 30여명의 선거감시인단은 선거가 끝난 후 『이번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에서 실시됐다』고 선언.
○…동독의 맥주 애호가들로 구성된 정당인 독일맥주 음주가연합(DBU)은 자유 총선에서 참패했으나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
맥주 가격 안정을 위한 보조금 지급과 음주 자유화 촉진법 제정을 내걸고 이번 총선에 나선 DBU는 개표결과 겨우 0.03%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으나 앞으로도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공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