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함에 시민들 인간적 동정/“선거 전략용” 동기에 의구심도선거공고와 함께 중반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구서갑구 보궐선거는 정호용씨의 부인 김숙환씨 자살기도사건으로 한껏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민자당 문희갑후보와 무소속출마를 강행한 정씨가 「자존심」과 「명예회복」이라는,피차 불가양의 명분으로 맞서왔던 양태 자체만으로도 선거전문가들의 판단을 쉽지 않게 해온 실정. 여기에 자살기도라는 극한요소의 돌발은 이번 선거가 갖는 복잡한 정치적 의미를 인간적인 한계상황속에 압축해 표출시키면서 선거전에 쏠리는 전국적인 관심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것 같다.
김씨의 자살기도는 이번선거가 여여대결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과정을 유권자들에게 새삼 일깨워주는가 하면,그 파급효과의 득실을 저울질해볼 때 여느 선거에서처럼 있을 수 있는 「선거사건」의 한 예로 치부되는 경향도 없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이 사건은 후보등록과함께 달아오르게 마련인 선거전의 흐름을 격류로 급전시킨 충격임에는 틀림없다.
정후보측이 당장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혀 오히려 비장한 전의를 다지고 있고,문후보측은 이번 사건이 결정적 악재와 호재의 양면성을 갖고 있음을 심각히 깨닫는 인상이다.
이번 사건을 보는 대구 유권자의 심리가 표의 향방으로 직결될 것이 물론이고보면 사건의 정치적 파급 정도는 그 「진상」을 파악하는 시각에 달려있을 것이다.
사건발생 며칠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상」에 대한 딱부러진 해답은 나오고 있지 않다. 정씨의 무소속출마를 둘러싸고 그 전후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갈등을 못이긴 결과,혹은 선거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했던 의도적 행위라는 상반된 해석들이 혼재된 채 시민들의 반응도 「동정」과 「실망」이 뒤섞인 듯한 양상이다.
인간적 동정은 김씨가 그동안 겪어왔던 심적 어려움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김씨는 남편 정씨가 무소속출마를 「결행」한 이후 끊임없는 기관의 미행에 시달려왔고,평소 정씨를 후원해주던 지기들이 문후보쪽으로 등을 돌리면서 심한 배신감을 못견뎌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여권으로부터 직ㆍ간접으로 계속되던 후보사퇴 압력으로 인간적 배신감을 정치적 고립감으로까지 몰고가 선거에 대한 불안ㆍ초조감을 가중시켰으리라는 풀이들이다.
그동안 정씨의 육사동기생인 이상훈국방장관이나 안응모 전안기부1차장 등이 직접 대구에 내려왔을 때 김씨는 매우 분노,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 특히 정씨의 무소속출마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김씨가 이처럼 주위의 끈질긴 압력이 남편 정씨에게 옥죄오고,정씨가 과로로 입원까지 하게 되자 심한 자책감으로 괴로워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이에비해 사건주변의 직접정황들을 종합해볼 때 자살기도 동기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 우선 김씨의 손목상처에 대한 주치의의 진단이 「둔기에 긁힌 정도」로 자살심리에 대한 직접설명이 되지못하는 데다,수면제의 복용정도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양」이라는 것. 여기에다 이번 선거전에 대한 결의가 남편 정씨보다 오히려 강했다는 얘기이고 보면,어떻게든 선거를 유리하게 끌어보기 위해 극한행동을 감행했을 법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씨의 행동을 「선거전략」용으로 보는 이같은 시각은 문후보가 대구로 내려오면서 정씨의 핵심조직이던 10개동 협의회장들이 돌아서는등 조직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돼감에 따라,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승부수」가 어떤 형태로든 절실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되고 있기도 하다. 설사 김씨가 정신적 갈등을 못이긴 나머지 극도로 심약해진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해도 자신의 행동이 선거판세에 미칠 영향이 어떠하리라는 정도는 함께 생각했을 것이라는 게 객관적 상식이라는 지적이다.
즉,선거를 적극적으로 의식하진 않았다해도 적어도 사후상황에 대한 「무의식적 작위」가 개재됐을 가능성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쪽이든간에 이번 사건이 「5공청산」이 한창이었던 지난 연말당시 이미 내연하던 「여여싸움」을 다시한번 극명하게 드러낸 셈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을 듯하다. 「대구의 선택」에 쏠리는 국민시선이 사건의 범주에만 국한될 수 없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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