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개각이 17일에야 대폭으로 단행되었다. 15개 부처의 장관이 바뀌고 청와대 진용이 상당수 경질되었다는 점에서 개각의 폭은 대폭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특별히 새로운 얼굴이라고 지칭될 만한 인사는 몇명 되지 않는 것 같다.개각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역시 조순경제팀의 경질에 있다고 하겠다. 이른바 개혁정책의 추진으로 재계등으로부터 적지않은 반발을 샀으며,학자다운 신중성 때문에 흔히 정책면에서의 실기를 지적 당하기도 했지만 경제정책의 기조에 있어서는 그의 방향제시가 원칙론적으로 크게 빗나간 것이 아니었다고 우리는 믿어왔다.
6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나 지속되었던 개발및 성장우선정책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구조적 부조리와 부작용이 야기되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경제정의와 형평ㆍ복지를 통한 안정성장을 앞세웠던 그의 주장은 적어도 원론적으로는 나무랄 것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너무 원론에 집착한 나머지 실물경제의 흐름을 바로 보지 못한 흠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래도 이번의 경제팀 경질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겨우 틀을 잡기 시작한 개혁정책이 전면 후퇴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된다.
민자당 내부의 경제정책수립진용도 그러하거니와 이번에 새로 들어선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한참 우리나라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있을 때 성장드라이브정책의 방법을 연구해내고 그 진전상황을 위에 보고나 하고 있던 경제정책 실무자들이 대부분이다. 그 당시에 비해 우리경제의 규모가 몇배 늘어났으며 시대적 변천에 따라 경제적 상황과 여건 자체가 크게 변한 지금에 와서까지 지난날의 성장일변도의 정책을 밀고 나가리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과거의 타성이나 생리가 앞으로의 경제정책에 적절한 여과없이 적용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번의 개각을 계기로 6공화국과 노정권은 분명히 집권후반기로 접어들었다. 3당합당으로 절대다수의 여당을 구성하였으며 그 결과 여당지도자들의 정치력 여하에 따라선 손쉽게 정치적 안정도 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경제가 꾸준한 적정성장궤도에 오르고 민생치안문제가 잘 해결되기만 한다면 노정권도 이제부터 소신을 가지고 모든 일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6공출범 후 노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몇가지 불만중 하나가 인사정책이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이번의 개각에 대해서는 국민의 거부반응을 얻을 만한 요인이 별반 없으며 앞으로의 안정된 정책추진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진용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새 경제팀에 대해서는 조순팀이 국민들로부터 보편적인 컨센서스를 얻을 수 있었던 개혁정책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 것인지 그 구체적 방안을 기대하면서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써달라는 당부를 하고싶다. 성장과 분배가 별개의 대립된 개념이 아닌 이상 성장추구에 너무 조급한 나머지 심한 개혁기조 변경으로 국민적 저항이나 물가급등 등 다른 경제난제를 자초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 경제팀은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일관된 경제정책을 실천에 옮겨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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