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를 맞은 대학캠퍼스가 한동안 잠잠했던 분위기를 깨고 과격한 시위의 소용돌이를 다시 일으키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15ㆍ16 양일에만도 서울시내 10여개 대학에서 5천5백여명의 대학생들이 민자당분쇄ㆍ팀스피리트훈련중지ㆍ노동운동탄압중지 등을 주장하며 교내시위를 벌이다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며 극렬하게 맞섰다.일부 극렬한 학생들은 교내를 빠져나와 파출소를 습격하고 검거하려는 경찰관에게 부상을 입히고,민자당소속 국회의원 사무실과 노동부 서울지방청에 화염병을 투척하기도 했으며 이같은 극렬한 시위는 지방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 들어 새학기만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됐던 이같은 양태의 대학생 시위가 이번 학기들어 새삼 눈여겨지는 것은 전과 달리 대학가가 수업을 팽개치고 거리에 나서야 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4ㆍ19도 기억하고 있고 6ㆍ29를 있게 한 6ㆍ10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 스스로가 변한 것처럼 바깥세상도 지금까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일들이 동구를 휩쓸었고 소련과 아프리카ㆍ남미에까지 넘실대 하루가 다르게 세계는 변모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 대학캠퍼스의 젊은이들만은 유독 「급변하는 국내외의 흐름」도 외면한 채 구태의연한 행동양식에 매달려 있다는 말인가.
하나의 공동체가 운영되는 과정에선 부정도 있고 불법도 있으며 현실과의 괴리현상은 물론이고 잘못되는 정치로부터 파생되는 모순과 갈등도 있게 마련이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선진국도 그러할진대 발전도상의 우리사회가 예외일 수 없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국민의 여론이나 정치권 등이 나서 그 시정을 요구하고 규탄하고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권위주의 정치를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학생운동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학생운동의 주요투쟁 이슈라는 3당통합은 정치권의 투쟁대상은 될지언정 학생들이 화염병을 들고 나설일이 못된다. 정치적 이슈일수록 정치적 투쟁,타협,또는 선거라는 국민의사로 심판할 문제이지 학생운동의 투쟁대상일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그같은 정치현실에 대해 젊은 지성들이 비판하는 것 자체를 나무라자는 것은 아니다. 상아탑으로서 고고하게 존재하기보다는 현실비판과 참여가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감안한다면 대학생들의 현실비판 의식은 왕성할수록 좋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구적인 입장에서 해야 옳다. 미래의 주역답게 지성과 이성의 목소리로 해야 한다. 폭력을 수반하는 극렬한 행동으로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것은 극히 자제돼야 할 일임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사회의 기틀을 흔들어 놓고 국민들을 불안 속으로 끌고 가려는 식의 과격한 학생운동은 더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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