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갈팡질팡 경제정책 더이상 안된다”/새 경제팀 출범… 각계의 기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갈팡질팡 경제정책 더이상 안된다”/새 경제팀 출범… 각계의 기대

입력
1990.03.18 00:00
0 0

◎실명제 추진하되 부작용 없게/성장역점 「침체」 탈피도 급선무/성급한 부양책 인플레 초래 우려… 통화안정으로 물가ㆍ투기 등 잡아야거대여당인 민자당 출범과 함께 거의 전원이 교체된 이승윤경제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경제팀에는 과거에 비해 정치권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된 데다 그동안 조순경제팀이 표방해왔던 형평과 개혁노선에서 급선회,성장우선정책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경제계로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각 경제단체들은 물론,대기업쪽에서는 새 경제팀이 과거 3공시절 성장정책을 주도했던 실무경제관료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및 수출촉진책의 확대등을 과감히 추진해줄 것으로 예상,환영일색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경제학자들은 성장론자들로 구성된 새 경제팀이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제도 등 경제개혁조치들을 연기 또는 약화시키거나 과거와 같은 불균형성장정책을 추진할 경우 빈부격차확대 투기재연 등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다시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밖에 일반서민들은 최근 들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ㆍ물가 등을 반드시 잡아줄 것과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형평확대를 위한 정책을 펼침으로써 일부에서 거론되듯이 이번 경제팀이 재벌과 정치의 유착에 의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것을 요망했다.

새로 출범하는 이승윤경제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본다.

○생산성 향상 힘합쳐야

▲김동윤씨(현대종합상사부사장)=일단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느낀다. 조순경제팀이 부의 재분배를 너무 시급하게 추진해왔다는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의 이승윤팀이 그 속도를 다소 줄이면서 성장에도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실명제와 공개념등과 격한 개혁정책은 조정돼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원칙적인 면에서 도입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안겨준 게 사실이다.

신임경제팀은 새로운 경제제도가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경제가 여러가지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실명제도입등이 조정돼 투자의욕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경영일선에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다. 최근 몇년간 임금은 큰폭으로 올랐으나 생산성은 그리 높게 오르지 않고 있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경제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수출회복을 위해서는 국내금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으므로 2% 정도는 낮아져야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보며 성급히 없앤 대기업 무역금융도 부활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경유착 심화 우려

▲곽상경씨(고려대경제학과교수)=가장 시급한 것이 통화정책을 바로잡는 일이다.

현재와 같이 통화정책이 방만하게 운용되면 과소비 물가폭등 투기심화 등은 피할 수 없다.

새 경제팀이 앞으로 성장에 중점을 두겠다지만 그 방법이 문제다.

성장의 근거는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데 달린 것이며 이는 곧 분위기의 문제다.

기업인이 의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근로자들이 힘껏 일할 기분이 나야 한다. 이같은 분위기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돈을 풀어봤자 오히려 투기만 조장할 뿐이다.

이와 함께 정부정책 방향이 갈팡질팡하는 것도 문제이다.

성장이든 개혁이든간에 정부정책이 결정되었으면 일관된 자세로 분명한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

개혁을 하겠다면 상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6공의 경제정책은 당초의 구호와는 달리 정치권이나 재계의 입김에 따라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나라경제를 멍들게 했다.

도대체 국가경제체제가 완전히 바뀐 것도 아닌데 같은 정권 아래서 불과 1년여만에 경제운용방향이 1백80도 전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가 금융실명제나 토지공개념등 각종 개혁조치에 대한 당위성을 수차에 걸쳐 강조해왔던 것은 모두 허구였다는 말인가.

이래가지고서는 앞으로 어느 누구도 정부를 믿지 않을 것이며 결국 나라경제의 회복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더구나 이제 새 경제팀의 출범을 계기로 재벌과 정치의 유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또한 커다란 우려가 아닐 수 없다.

○개혁정책 지속추진을

▲서경석목사(경실련사무총장)=경제팀의 교체로 경제개혁의지가 약화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최근 금융실명제의 후퇴논의가 비쳐졌었는데 이번 경제팀 교체로 금융실명제가 실종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만일 경제개혁이 후퇴한다면 집권여당은 심각한 정치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현재의 경제불황이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등 경제구조의 왜곡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새 경제팀은 경제개혁및 안정정책ㆍ서민보호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경기부진의 주범이 경제민주화 추진에 있으며 그것이 임금을 상승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대기업집단의 사고방식이다.

이 논리에 밀려 새 경제팀이 경기부양책을 사용한다면 고율인플레를 초래해 1천만 봉급생활자로부터 소수의 실물자산 보유자에게로 소득을 대폭 이전시키며 고임금산업으로의 산업조정을 어렵게 할 뿐이다.

결국 대기업에 대한 조세와 금융지원은 노사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경제적 혼란만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다.

또 겉으로는 『충격이 없도록 추진속도와 내용을 재검토하겠다』지만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땅투기와 불로소득,그리고 검은 돈을 보호하자는 얘기밖에 안된다.

토지로부터의 불로소득이 척결되지 않고는 생산적인 투자와 근로자의 노동의지가 살아나지 않는다.

우리사회의 경제정의가 실종된 이유중 가장 큰 것은 대기업집단에 의한 청렴하지 못한 부의 축적방법이었다.

그것이 금융정책에 의한 것이든, 땅투기에 의한 것이든 그 대부분이 정부정책의 영향하에서 자란 것들인데 개각으로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것이다.

정부정책이 더이상 재벌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현장경제 파악해야

▲오영국씨(사무기기대리점경영)=이번 경제팀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그동안의 경기침체가 빨리 회복돼 모든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장사하는 사람들,조그맣게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번 불경기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물건이 안팔려 재고가 쌓이는데도 임대료는 올라 손해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경제팀은 먼저 경제현장의 실상을 둘러보고 정책에 반영해주기 바란다.

특히 새 경제각료들은 성장을 우선하는 실무형 장관들이라니까 이런 점에 관심을 많이 기울여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이라든가 금융실명제와 같은 경제개혁 또는 경제민주화 조치가 취소된다거나 연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1가구 1주택은 확실하게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너도나도 토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서민뿐만 아니라 중산층들에게도 상대적 피해의식만 높아질 따름이다.

국민 모두가 아껴야 하는 토지정책은 국가에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기도 전에 땅값이 오른다면 어떤 사람이 국가정책을 믿을수 있겠는가.

물가안정에 대해 강조하고 있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이 물건값을 올려 받는 이유는 임대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전임경제팀의 의도가 아무리 좋았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엉망이었다. 내 나름대로의 생각은 현장경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경제장관이라면 일주일에도 몇번씩 상가도 찾아보고 개인사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며 정책추진에 임해야 할 것이다.

○복지정책 재검토를

이종훈씨(성원건설상무)=새 경제팀은 최우선적으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부동산가격의 상승은 그 자체가 물가불안을 야기하는 것 외에 집을 가진 사람들을 부자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뜨려 과소비를 조장하고 그 결과 위화감 조성등 사회불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새 경제팀은 분배의 정의,복지와 형평정책도 새로운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분배및 복지ㆍ형평정책은 어떻게 보면 가진 사람들로 부터 거둬들여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자는 측면이 강했으나 이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정부가 지원,더 많은 경제적 성과를 얻도록 한 후 세제등 제도를 통해 환수,저소득층의 복지에 사용토록 해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경제팀이 실명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음성소득을 없애기 위해서 이 제도는 실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실명제의 시행방법은 탁상공론적이었으며 단기간에 효과를 얻고자 하는 측면이 강하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상승은 결국 이같은 실명제의 부작용으로 보여지는데 신중하게 추진,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새 경제팀은 또 식품과 생활필수품에 대해서는 유통구조혁신등을 포함,파격적인 조치를 취해 저가공급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이같은 조치는 부동산가격 안정을 통한 과소비의 추방과 함께 물가안정을 이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박영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